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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간 떠돈 영혼, 이제는 달래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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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간 떠돈 영혼, 이제는 달래줘야 한다
  • 전민일보
  • 승인 2015.02.11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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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학농민군 유골 안장 보류
- 진도 등 일각에서 화장반대
- 부끄러운 후손이 되지 말자

1906년 일본군에 의해 효수된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20년 전인 1996년 고국으로 어렵사리 봉환됐지만 20년간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임시 보관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동학농민기념사업회와 전주시가 협의를 통해 오는 16일 유골 화장과 진혼식을 가진 뒤 전주공설봉안당에 안치하기로 결정했었다. 향후 조성될 예정인 역사공원에 안장되면 120년만에 구천을 떠돌던 한 맺힌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 영혼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11일 진혼식을 5일 남겨둔 시점에서 ‘화장반대 민원이 제기되고, 문화재 지정 검토’ 등을 사유로 보류할 것을 통보했다. 정확하게 121년간 영면하지 못한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은 또 다시 쉴 곳을 찾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문화재청 등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화장반대의 글들은 표면적으로 역사적 가치와 후손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영구 보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현행법상 유골을 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을뿐더러, 형법 제161조에 위반된다.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지정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지만, 지정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시신과 유골 등을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을 만들거나, 현행 문화재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논란의 소지도 크다. 유사한 유골 등에 대한 문화재 지정 요구가 빗발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전 세계적으로 유골과 시신 등을 안장하지 않고, 영구보전 하는 사례를 북한 등 일부 공산국가와 유럽지역 일부 지역에 국한되고 있다.

120년간 일본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효수된 이후 영면하지 못한 유골의 영혼을 이제는 달래줘야 한다. 진도지역 일부 단체의 화장반대 요구 이면에는 유골을 진도지역으로 가져가기 위한 목적도 깔려있는 것 같아 보인다.

동학농민기념사업회는 지난 2001년부터 진도군에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 안장사업 추진을 두 차례에 걸쳐 타진했다. 하지만 진도군은 전혀 의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진도지역 일부 단체들은 ‘진도유골’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며 환원을 주장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각종 과학적인 기법으로 유골의 출생지 등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당시 일본군에 연패를 거듭해 해남까지 밀려간 동학농민군의 상황을 고려할 때, 출신지는 밝히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121년만에 안장지가 결정된 시점에서 뒤늦게 화장반대와 진도유골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모습이다. 현재 동학농민운동의 유네스코 등재가 추진되고 있어, 지도자 유골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아닌가도 싶다.

지역이기주의 속에서 또 다시 쉴 곳을 찾지 못하는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의 주인에게 너무나도 죄송스럽다. 부끄러운 후손들의 불필요한 소모전은 120년전 외세에 저항해 효수된 무명의 동학농민군을 두 번 죽이는 행위가 아닌지 우리 모두 곱씹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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