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6 21:28 (금)
신량등화(新凉燈火)
상태바
신량등화(新凉燈火)
  • 전민일보
  • 승인 2009.10.05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의 나이를 계절에 비유한다면 가을에 해당하는 나이는 얼마쯤 될까?
유년기, 청소년기의 나이는 정의하기 쉬워도 중년 이후의 시기는 개인차가 심해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이 시기를 나타내는 말로 갱년기라는 말이 있지만 어쩐지 하나의 질환이 연상되고 기분도 우울해진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 시기를 ‘사추기’라고 일컫기도 한다. ‘사추기’란 말이 비록 공인된 단어는 아니지만 얼마나 낭만적이고 정확한 단어인가.
 모든 이들이 색 바랜 잎과 앙상한 가지로 남은 나무가 되기보다는 무성한 열매를 맺은 후 고운 색으로 단장된 우아한 나무가 되어 제2의 황금기를 맞았으며 하는 마음이다.
귀뚜라미 소리가 귀에 가까워졌다.
아침 해가 따뜻하고 날이 짧아졌다. 하늘이 높아가자 말이 살이 찐다.
이런 익숙된 관용구의 사실성을 맛보기 위해선 뜰 앞에서 잠시 변화하는 계절에 오감을 맡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 익숙하지 못한 현대인들은 그저 방안에 앉아 텔레비전을 볼 따름이다.
정보화 시대가 되어서인지 세상 흐름은 차츰 계절을 잃어가는 듯하다.
국화하면 늦가을이던 것이 이젠 계절에 관계없이 피고 있으며, 혼인의 계절인 봄, 가을의 틀도 깨지고 여름, 겨울에도 한다.
흔히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다른 계절에 읽지 않듯이 가을이 되어도 읽지 않는다.
심지어 책을 읽어 뭐하느냐, 책만 읽으면 출세하느냐고 반문을 하는 사람이 있어 책을 멀리하고 있다.
텔레비전,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그쪽으로 시간을 쓰고 또 설사 책에 눈길을 돌린다 해도 영혼에 와 닿는 내용의 것을 싫어한다.
가볍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내용의 것을 찾게 된다.
정보화 사회 다음에는 어떤 사회가 올까?
 미래학자 ‘짐 데이트’는 정보화 사회 다음에는 드림 소사이어티(꿈의 사회)가 온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꿈과 이미지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도 상상력과 창의력이 핵심 동력이다. 독서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책 읽기의 효과는 금세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가시적 결과에 급급한 우리네 교육에서 독서가 그다지 강조되지 못하고 습관으로 정착되지도 못한 이유이다.
선진 국가들은 지식 기반 사회의 가장 굳건한 국가 자산은 ‘책 읽는 국민’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무형의 지적 자산이 국가 저력의 원동력이라면 독서는 이를 성취하기 위한 효율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자식 교육 잘하기로 유명한 유태인 엄마들은 자녀들이 잠자리에 들어 잠이 들 때까지의 그 시간을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으로 꼽는다.
이 시간은 엄마들이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꿈과 지식을 심어주는 시간으로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다.
 옛 문장가 장조(張朝)는 이렇게 말했다.
 “경서를 읽기는 겨울이 좋다. 그 정신이 전일한 까닭이다. 역사서를 읽는 데는 여름이 적당하다. 그날이 길기 때문이다. 문집을 읽자면 봄이 제격이다. 기운이 화창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운치가 남다른 까닭에 가을에는 제자백가를 읽는 것이 알맞다고 주장했다”
깊은 가을이 되어 책을 수북이 쌓아 놓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몰라도 좋을 것 같다.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처음 생길 무렵에 등불 밑에서 글 읽기가 좋다는 신량등화(新凉燈火)의 적기인 계절이다.
 사람에게서 영혼의 향내가 나게 하는 데에 독서의 깊은 뜻이 있다.
이 가을, 그런 책을 한 권이라도 골라 읽으면서 영혼의 불을 밝혀보는 것은 어떠할까!

오현 / 군산예총 사무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맥주집창업 프랜차이즈 '치마이생', 체인점 창업비용 지원 프로모션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