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6 21:28 (금)
부부 훈련
상태바
부부 훈련
  • 전민일보
  • 승인 2009.09.10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루한 장마와 맹위를 떨치던 늦더위도 한풀 기세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살랑이는 바람이 내 살갗을 살며시 어루만지는 8월의 끝자락 주말 오후였다. 내가 다니는 원불교진북교당 부부 22쌍이 원광투어버스를 타고 부부훈련을 받으러 출발하는 표정은 설렘과 기대로 웃음꽃이 활짝 핀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마치 수학여행을 떠나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처럼 행복해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몸은 늙을지언정, 마음은 늙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황혼의 60~70대 노 부부들이 대부분이지만, 젊은 부부에 뒤질세라 매무새도 잘 단장하고, 황혼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청춘을 되찾은 듯, 기쁜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권태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푸른 산이 쏟아내는  맑은 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숲속의 집에서 1박 2일 부부훈련을 받게 되었으니 얼마나 가슴이 설레겠는가. 가고 싶어도 못가는 외짝인 교도는 얼마나 부러웠겠는가. 못가는 교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노후에 해로(偕老)하는 것 이상 더 큰 행복이 무에 있겠는가. 세 쌍의 젊은 부부들은 승용차로 우리 뒤를 따르기로 했다. 우리를 태운 관광버스는 호남고속도로에 접어들어 논산의 계룡산을 향하여 신나게 달렸다. 1시간 남짓 달려 훈련원인 삼동원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삼동원을 둘러싸고 있는 짙푸른 숲이 어서 오라고 환영하는가 하면, 정성껏 가꾼 옥향나무, 회양목 등이 짙은 향기로 우리를 감싸 주었다.
 내 마음에 그늘이 질 때 불을 켜주고, 허전하고 외로울 때, 힘을 얻는 곳이 어디일까? 그곳은 바로 원불교 신앙인이 찾는 교당이다. 세속에서 묻은 마음의 때를 씻고, 참회 반성하며 일원의 진리를 깨우치고, 수행, 적공하여 불보살이 되는 수도의 장이 곧 교당이다. 그러나 일요일마다 설법을 듣고 법회를 보는 일상적인 수도도량인 교당을 벗어나 차원 높은 심전계발을 위해서 산수가 아름답고 풍치가 좋은 교도훈련원에 입소하여 숙박하면서 수도 정진하는 교도 정기훈련이 있다. 중생을 단련시켜 불보살로 만드는 것이 교도훈련이다. 학습에서 어떤 기능에 익숙하기까지 가르치고 연습시키는 것처럼 교도들은 훈련을 통해서 수도의 법위(法位)가 향상된다.
 나는 금년 8월 22일 토요일 오후에, 충청남도 논산군 벌곡면 계룡산 줄기에서 뻗어난 천호산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삼동원이란 훈련원에 입소하였다. 입소하는 날 삼동원 숙소 현관 입구의 환영 입간판에 새겨진 ‘심전계발 수련원’ 이라는 안내 문구가 내 시선을 끌었다. 심전계발(心田啓發)이란 무엇인가? 마음의 밭을 일군다는 말이다. 마음공부를 잘해서 곧, 마음을 잘 닦아서 복과 혜(慧)를 장만하고 수련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농부가 묵은 밭을 잘 가꾸고 거름 주고 잡초를 제거해야 곡식을 풍성하게 수확하듯이 인생을 바르게 살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화내는 마음, 물질을 탐내는 마음,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마음과 번뇌(煩惱)로 묵은 마음 밭을 갈고 닦는 것이 심전계발이 아니겠는가. 알고 보니 삼동원은 원불교 교도들만 훈련하는 곳이 아니었다. 모든 종교를 초월하여 경향 각지의 기업체사원들, 대학생들, 전문연구원들, 각종 사회단체임원들이 신청하여 며칠씩 수련하는 심전계발수련원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일반수련생이 없을 때 주말에 교도 훈련을 하는 곳이었다.
 삼동원(三同園)이란  어떤 수련원인가?
 “한 울안 한 이치에, 한 집안 한 권속이, 한 일터 한 일꾼으로 일원세계 건설하자.”
라는 원불교 제2대종법사요, 위대한 예언가이신, 정산 종법사(속명, 송규)께서 게송(偈頌)으로 반포하신 삼동윤리를 배우고 익히며 실현하는 도장이 곧, 삼동원이었다.
  그러면 삼동윤리(三同倫理)란 무엇인가?
 하나는 동원도리(同源道理)이다. 인류에는 많은 종교와, 종파가 있지만 근본의 진리는 다 같은 것이다. 궁극의 목적은 인류가 하나되어 평화롭고 안락한 이상세계를 건설하자는 것이니 모든 종교는 대동화합해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원리이다.
  둘은 동기연계(同氣連契)이다. 이 세상의 만물은 모든 생령이 한 기운으로 맺어진 것이니,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사상에 입각해서 모든 인류가 화합과 사랑으로 상부상조하고 상생상화(相生相和)하며 살아야 한다는 원리이다.
 셋은 동척사업(同拓事業)이다. 이 세상의 모든 주의. 주장은 방법과 형태는 다를지언정, 결국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따라서 인류는 대립 투쟁할 것이 아니라, 서로 상대방의 장점을 본받고, 자기의 단점은 보완. 수정해서 인류가 하나의 평화세계, 복지사회, 이상사회를 건설하자는 원리이다.
 지금 세계는 종교통합운동, 유럽연합처럼 국경이 없어지고 지구촌시대로, 기업은 다국적기업으로 글로벌 시대 세계기업으로 눈부시게 변화되고 있지 않는가. 이런 현상을 정산 종법사께서 갈파하시고 100년 앞을 내다보며 예언하셨다는 것은 원불교 신자가 아닌 누구라도 그 분의 혜안(慧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나가는 전주진북교당에서 담임교무님의 권유에 따라 24쌍의 부부가 심전계발 프로그램으로 1박 2일간 부부훈련을 받아 보니, 인생을 새롭게 깨닫고 부부의 도를 깨우쳐 반성하게 되었으며, 교리를 실천하는데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윤상 / 행촌수필문학회 회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맥주집창업 프랜차이즈 '치마이생', 체인점 창업비용 지원 프로모션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