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란 무엇인가
김선태
/예원예술대학교 회화전공 교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현대미술이 난해하고 어려워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들 한다. 그러나 미술에 대해 알고자 하는 약간의 노력만 수반되면 현대미술에서 추상화를 이해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분야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일반인들의 몰이해 속에도 추상미술은 가지치기를 거듭하면서 다양한 추상화의 양식을 탄생시켰다. 추상(抽象:abstract)이라는 말은 라틴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는 어떤 대상에서 근원적인 것을 추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처음에 추상화의 탄생은 대상의 변형에서 시작되나 점차 자연과 완전히 결별하고 화가의 머리 속에서만 만들어진다. 사물의 본질이 점차 자연과 관계없는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그려지면서 순수성이 강조되는 추상화가 탄생된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추상화의 등장은 20세기 이후부터라 할 수 있다. 캔버스에 그려진 사실적 형태는 더욱 변형되면서 완전히 파괴되어 나가고 색채는 대상과 거리가 먼 주관성을 갖는다. 공간표현은 원근법을 무시한 비현실적 공간의 등장으로 일루저니즘(illusionism, 환영주의: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자연주의 화풍에서 중요시되는 문제로 ‘환영’을 뜻한다. 정밀묘사와 원근법 등을 이용하여 그려진 것을 실재라고 생각하도록 눈을 속이는 회화의 특성과 전 반대의 경향이다.
가령 사과를 놓고 그릴 때 사실적인 묘사로 사과의 단맛과 신맛을 어느 정도 나타낼 수는 있으나, 추상적 표현으로 사과의 단맛과 신맛을 나타낼 수도 있다. 달콤하고 따뜻한 색으로 단맛을 상징한다거나, 차갑고 칙칙한 색으로 신맛을 상징할 수 도 있는 것은 추상적 표현이기에 가능하다. 특히 음악을 듣고 그림으로 표현하기는 추상적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음악의 도입부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중간의 절정적인 순간은 거칠고 강렬한 색채로 나타낼 수 있으며. 끝부분의 대단원은 가느다란 선과 파스텔 색조로 은은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추상 미술에 있어서의 다양한 표현과 개념의 축적은 고정된 우리의 인식이나 시각의 틀을 부수어 나갔으며 새로운 시각 예술세계에 눈을 뜨게 하였다. 추상 화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미를 탐구하여 왔고 구체적인 표현방법으로 기법이나 재료들을 실험하여 다양한 표현을 창조하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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