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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사는 정부의 의대 증원 안에 반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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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사는 정부의 의대 증원 안에 반대하는가?
  • 전민일보
  • 승인 2024.03.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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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상 못한 규모의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한 정부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과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등 저항이 거세지면서 국민의 피해가 안타깝게도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5천5백 명의 전공의에게 의사 면허정지 사전 통보와 의협 지도부에 대한 처벌방침 등 대화와 협상보다는 강경책으로 일관하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그동안 의료계는 어느 정도 적절한 의대 증원이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정부와 합의를 희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방적, 그것도 예상치 못한 대규모의 정부 의대 증원 안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의사들은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증가를 반대하는 것일까? 그 질문에 몇 가지 답을 하고자 한다. 첫째 질문은 ‘과연 의사는 부족한 것이 맞는가?’이다. 

한국의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는 2.5명으로 OECD 평균 3.7(미국/일본 2.6, 노르웨이 5.3)명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서울은 인구 천 명당 의사 수가 3.45명인데 반해 경북은 1.4명, 충남은 1.5명에 불과하는 등 지방의 의사 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며, 또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알려진 감염내과 전문의는 고작 277명, 선천적 기형을 수술하는 소아 외과의는 50명도 되지 않는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는 더욱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는 단순 통계의 함정일 뿐 현재 수치보다는 전반적인 흐름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2009년 의사 수는 천 명당 1.7명이었던 것에 비하여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의사 수가 증가하고 있고,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출산율이 감소하는 한국의 실정(2009년도 신생아 45만, 2023년 신생아 23만, 14년 만에 반절이 줄었다)을 반영하면 10년 뒤에는 오히려 OECD 평균을 웃돌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구당 의사 수가 천 명당 4~5명으로 매우 높은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거의 무상의료이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료비 통제로 오히려 의사 만나는 것이 한국보다 어렵고, 내시경/MRI 등 검사에 대한 의료접근성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못 미치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한국이 절대적 의사 수가 부족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국은 의사 수만 OECD 평균보다 낮을 뿐 한국 의사 1인당 일일 진료 횟수는 OECD 1위인 16.6회(OECD 평균 6.8), 인구 100만 명당 병상 수는 일본(13.1병상)에 이어 2위(12.3병상), 환자 1인당 입원일수는 일본(28.2일)에 이어 2위(18.5일)로 모든 지표가 OECD 최상위권으로 결코 의료서비스의 공급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문제는 의사 수가 아니라 GDP 대비 의료비로 한국(8.1%)의 비율은 OECD 평균(8.8%)에 비해 아직도 저조한 수치이며, 미국(16.8%), 스위스(12.2%), 독일(11.2%), 프랑스 (11.22%), 일본(10.9%), 영국(9.8%) 등 의료수준이 비슷한 주요 국가에 비해서 턱없이 국가가 지출하는 의료비는 부족하다. 한마디로 적은 의사 수와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환자를 보면서 모든 지표가 OECD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의사의 절대 수가 아니라 필수의료와 지방의 의료 인력이 부족한 의료자원의 공정한 분배와 의료비의 충원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점이다. 

둘째 질문은 ‘그렇다면 왜 의사들은 필수 의료의 분야를 기피 하여 위기를 가져온 것인가?’이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도 필수 의료분야의 낮은 수가에 있다. 한국 건강보험수가는 미국을 100으로 볼 때 48%, OECD 국가의 평균 72% 정도로 매우 적다. 이 점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2017년 기준 자연분만 수가는 미국이 1만 1,200달러이고 한국은 십분의 일도 안 되는 1,040달러에 불과하다. 환자를 볼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의사와 병원은 어떻게 버텨온 것일까? 그 비법은 ‘박리다매’와 건강보험의 통제에 벗어난 ‘비급여 진료’에 있었다. 한국인 특유의 부지런함과 ‘빨리빨리’의 정신으로 엄청난 환자 수를 진료하며 손해를 벌충한 것이다. 

그러나 출산율이 감소하고 지방의 인구가 줄면서 이제는 더 이상 박리다매 방식으로는 한계 온 것이다.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의사의 이동이 이뤄지고, 출산율의 충격을 받은 소아과, 산부인과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증가하던 비급여 진료 역시 문 케어(전 정권의 보장성 확대 정책)로 급여화되고 실손보험에 의한 비급여 진료의 확대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부실과 보험사의 손실로 정부와 보험사가 비급여 진료에 대한 통제를 시작하면서 필수의료에 대한 기피 현상을 더욱 부추긴 것이다. 

또한 필수 의료분야가 의료사고나 분쟁으로 인한 민·형사상의 부담이 크다는 점도 기피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의사들은 근본 원인인 필수의료에 대한 불합리한 보상제도와 지방 인구소멸에 따른 지방의 의료환경개선,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경감 등 문제가 많은 의료시스템에 대한 해결방안이 선행되어야 적절한 의사 수의 증가도 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며, 의대 증원에 대한 무조건인 반대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의대 증원 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협상과 대화를 시작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형준(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전문의)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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