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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인 의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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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인 의형제
  • 전민일보
  • 승인 2024.02.14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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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이역만리 네팔에서 전주까지 날아온 두 형제는 자기들이 소중하게 여겼던 목걸이를 내 목에 걸어주며 반갑게 포옹했다. 목걸이를 선물 받으면 자기들과 의형제가 돼야 한다며 빙그레 웃었다.

그들은 네팔에서 한국 산악인을 전문적으로 히말라야로 안내하는 트래킹 캠프 여행사를 운영하며 요리와 산행 안내까지 맡은 동생 ‘왕추’와 형 ‘두루지’이다.

2008년 전북산악연맹 원정대를 세계의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시킨 세르파들이다.

행여 친형제가 아니랄까 봐 곱슬머리, 작달막한 키, 통통한 몸매, 말씨까지 빼닮은 두 형제였다. 청년 시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의형제라고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 저절로 웃음이 났다.

삼국지에서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이 도원결의를 통해 의형제를 맺은 것처럼 나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원정대를 통해 그들과 의형제를 맺게 됐으니 얼마나 큰 횡재인가.

우리 의형제는 국적은 다르지만 체구까지 닮고, 산악인이라는 공생관계에다 대자연에서 호연지기를 기른다는 공통점도 지녔다.

그들은 한국말에 능통해서 대화에 어려움이 없었을 뿐 아니라 한국 음식을 무엇이든 다 잘 먹었다. 그들은 전북 산악인들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1993년 에베레스트 전북 원정대를 안내했으나 눈사태로 눈물을 머금고 철수한 아픈 기억이 있다.

그 뒤 2006년 초오유, 2008년 세계의 최고봉 에베히말라야 최고봉 에베레스트(8850m)와 4위봉 로체까지 등정시켜서 기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더욱 감동을 자아내는 것은 두 형제가 한국 원정대의 전용 가이드로 활동하려고 한국어를 열심히 익히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해마다 한국을 찾아와서 우리 음식 조리법을 배우는 동시에 산악인들을 만나 네팔의 특산품인 석청홍보에도 열성적이다.

히말라야 원정대를 모집하는 일석삼조의 관광 세일즈를 펼치고 있어 믿음직스럽다. 이 때문에 네팔의 등반 경비가 티베트보다 30%가 더 소요되어도 대부분의 한국 산악인들이 네팔을 선택하고 있다.

두 형제를 위해 번개 산상 파티가 전주 화산공원 완덕정에서 벌어졌다.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을 벗 삼아 노래도 부르고 십년지기처럼 담소를 나누며 밤을 지새웠다.

네팔 하면 히말라야보다 왕추와 두루지 의형제가 연상될 정도로 전북산악인과의 인연이 깊이 맺어졌다. 앞으로 히말라야 8천미터급 14봉을 완등하는 그날까지 전북 산악인들은 그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친형제처럼 지내야 할 운명이 아닌가 싶다.

두 형제의 훌륭한 조연 역할 때문에 신(神)들의 영역이라 일컫는 히말라야 등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산악인들의 뒷바라지에 몸 바치는 두 의형제의 조연 역할이 더욱더 값지고 빛나 보인다.

김정길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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