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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시즌 특수 옛말…화훼업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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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시즌 특수 옛말…화훼업계 ‘울상’
  • 한민호 기자
  • 승인 2024.02.04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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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생산비 증가 등 악재 속
꽃값 고공 행진…손님 발길 뚝
중고거래·대체품 등장에 타격

전주 서신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장사 대목인 졸업 시즌을 맞았지만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예년 같았으면 졸업식 시즌에 꽃을 사려는 손님들로 줄을 이었을 텐데 물가 상승으로 인해 꽃가격마저 오르다 보니, 꽃 소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작년, 재작년보다 꽃 가격이 오르다보니 손님들 중에 망설이는 분들이 많다"며 "이전 대비 꽃 예약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꽃 가격도 널뛰기고 고물가까지 겹치다 보니 손님과 꽃 가격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 적도 있다"며 "우리도 소매상이라서 들여오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다"고 하소연 했다.

고물가 여파로 꽃 수요가 줄어들면서, 졸업식 특수를 기대했던 화훼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생화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손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프리지안 평균 구매 가격은 1단(10송이) 3304원으로 1년 전(3021원)보다 10% 가량 올랐다.

2021년 같은 기간(1651원)과 비교하면 100% 가량 오른 것이다. 꽃다발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안개꽃은 1년 전 8462원에서 1만997원으로 약 30%, 수국도 2107원에서 5286원으로 약 150%로 급격히 상승했다.

지난 주 딸의 유치원 졸업식을 참석한 한모(41)씨는 "3만원을 생각하고 꽃집에 가서 주문을 했는데 너무 초라했다. 사진도 찍어야 되기 때문에 좀 더 풍성하게 하려고 다시 주문해서 5만원을 주고 맞췄다"며 "이마저도 분홍 장미로 맞추고 싶었지만 생각했던 금액보다 더 비싸질 것 같아서 노란 프리지아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물가 상승으로 꽃값도 덜달아 오르면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졸업식 생화 꽃다발을 당일 그대로 재판매하는 글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중고거래 플랫폼에 전주 지역 꽃다발을 검색해 보니 50개 이상의 꽃이 재판매 되고 있었다. 가격대는 5000원~2만원 대에 형성됐고 하루 만에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도 많았다.

꽃다발을 통상 5~6만원 대에 살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3~5만원 상당 저렴하다. 

졸업식 사진에 남길 목적으로 잠깐 필요한데 새로 사긴 아깝다는 인식이 짙어지면서 이러한 중고거래 꽃다발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학부모들이 대안으로 찾은 것은 생화 대신 저렴한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진 뜨개꽃, 비누꽃, 초콜릿꽃 등이다. 가격과 실용성을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졸업식 꽃다발을 만들었다는 후기가 졸업시즌을 맞이해 수십개씩 올라온다.

딸의 졸업식을 앞둔 김모(48)씨는 "생화 값이 너무 비싸서 딸의 졸업식에 직접 만든 꽃다발을 선물할 예정이다"며 "딸 취향에 맞게 캐릭터 인형과 초콜릿 등을 조화와 곁들여 만들 생각이다. 직접 꽃을 사는 것 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활용도 면에서 꽃보다 합리적이여서 입학식과 생일 때도 자주 사용할 듯 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꽃다발을 재판매하고, 대체 상품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다 보니, 화훼업계의 타격은 더욱 커졌다.

꽃집을 운영하는 백모(40)는 "지난 12월부터 졸업식을 위해 꽃을 대량으로 준비했지만 지금까지 20개 정도 밖에 못 팔았다. 이대로라면 졸업식 기간 안에 판매하지 못하고 폐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남은 졸업식과 다가올 입학식에는 제발 다 팔리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화훼업계 관계자는 "종자 값, 난방비 안 오른게 없다. 생화마다 적정 온도가 있어 겨울에도 난방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며 "전반적인 비용은 계속 오르고, 불경기다 보니 출하 속도도 전년의 70%도 안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졸업식과 입학식, 가정의 달 등 '꽃다발 특수'는 사라졌다"며 "졸업식 시즌이 되면 밤샘 작업을 했건 것도 모두 옛말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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