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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한 사람의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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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한 사람의 고마움
  • 전민일보
  • 승인 2024.01.04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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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겨울 추위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12월 16일 토요일, 전남 영광에 있는 법성중학교 학생들 20여명이 전주의 동네책방을 찾았다. 그 곳의 열혈 국어선생님이 아이들을 이끌고 탐방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비록 창밖은 눈이 펑펑 내리며 매서운 겨울 바람이 불었지만, 책방 안에서는 비현실적인 따스함 속에서 위로가 되는 책들을 고르고, 책과 책방이 주는 어떤 희망들을 듣는 시간을 나누었다.

올해로 동네책방을 운영한지 7년차. 간간히 와주시는 손님들도 더없이 소중하지만, 가끔 이렇게 학교에서 올 때마다 사명감을 가진 선생님들을 만나곤 하는데, 오늘은 고마운 그분들을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금암동과 더 가까운 인후동에 위치한 책방은 바로 옆에 전주동북초등학교가 거의 붙어있다시피 하고, 곁에 전일중학교, 전주여자고등학교, 전주생명과학고, 그리고 금암초등학교와 금평초등학교도 인근 거리에 있다.

다른 동에 있다가 이곳으로 이사온 지 겨우 2년이 지났지만, 이웃하고 있는 학교들과 끈끈한 관계를 잘 맺어가고 있는 듯 하다. 그 관계의 시작은 ‘한 사람’의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되는 일들이었다.

의도한 게 아닌데도 각 학교를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한 사람의 얼굴들이 있다.

그 분들이 책방에 쏟는 애정을 시작으로 학교와의 연결이 시작되었고, 아이들이 오가게 되었고, 탐방까지 연결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분들의 공통점은 “동네의 이 좋은 공간을 아이들이 더 많이, 자주 다녔으면 해요”라는 이 작은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왔고, 책을 직접 고르게 하는 경험을 선물했고, 아이들과 책방지기가 더 많은 교감을 하기를 원했다. 덩달아 책방지기 역시 아이들과 친숙해지면서 동네책방이 진짜 ‘동네책방 다워지는’것이 무언지 깨닫게 되었다.

이웃 아이들과 얼굴을 알게 되고, 친구가 된다는 것은 자연스럽기도 하지만, 사실 쉬운 일은 아닌 것이 그만큼 아이들이 온라인에만 익숙해진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각 학교에 한 명만 이런 분들이 계셔도 학교가, 동네가, 책방이 달라짐을 느꼈던 순간들이 참 많았다.

이제는 전주에 도서관과 책방을 찾아 직접 버스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오는 ‘탐방’ 프로그램이 전라북도를 넘어 전남, 충북, 충남, 경상도에서까지 오게 되었다. 또한 서울 도봉구의 한 글쓰기학원 선생님은 1박 2일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전주 책방에 학생들을 데리고 왔었는데, 2024년 새해에 또 오겠다고 연락을 전했다.

환영할 일임에도 책방지기의 어깨는 그리하여 더 무거워진다. 그만큼 교사들의 열정을 한껏 더 피어오르게 할 책방 방문은 책방지기에게도 큰 책임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찾아오면 읽어줄 수 있는 책들을 살피고, 책방의 의미를 짧게나마 설명하기 위해 더 준비를 하게 된다. 이제는 책방에서 책을 고르고 사는 것을 넘어, 책방지기의 강연을 듣기 위해 1~2시간을 미리 계획해서 오는 학교들도 많아지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한 마을이 필요한 것처럼, 한 책방을 지속시키기 위해 학교들이, 그 안의 교사들이 이렇게 뜻을 도모할 때 책방들도 힘껏 더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이지선 잘익은언어들 대표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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