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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삶을 철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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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삶을 철학하다
  • 전민일보
  • 승인 2023.12.29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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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 해가 저문다. 귓불을 시리게 하는 매서운 추위 속에서 또 한해가 기울고 있다. 덧없고 허망한 것이 흐르는 세월이라 했던가. 저무는건 인생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삶도 낭떠러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장대한 강물처럼 도도히 흐르는 시간을 그 누가 막을쏜가.

매년 이맘때면 사람들은 지나온 삶을 반추하게 된다. 그것은 사람마다 감회가 다를 것이다. 누구는 무탈하게 보낸 1년이 다행스럽다고 자위할 것이다. 누구는 죽을 고비를 넘겼던 지독한 한 해였다고 불만을 털어놓을 수도 있다. 또 누구는 큰 성과를 거둔 그런 한해였다고 만족해할 것이다.

우리는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본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중년에는 인생의 실체에 대한 깨달음을 아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사려 깊은 사람은 인생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자문하게 될 것이다.

석가는 ‘인생은 고해(苦海)’라 했다. 삶은 고통의 바다라는 것이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고 자녀가 생겨서 행복했는데, 그 결혼이 결국 괴로움의 원인이 되고 삶 자체가 고해의 바다라니, 너무 슬픈 일이 아닌가. 모두 행복하려고 사는데 고통의 바다를 헤엄쳐 가는 것이 인생이라니, 때론 ‘왜 사는 걸까’허무함이 밀려들 때가 있다.

사실 우리의 삶은 희비쌍곡선이다. 노자는 행복 속에 불행이 있고, 불행속에 행복이 있다고 했다. 삶 속에는 행복과 불행이 비빔밥처럼 버무려져 있다. 그러나 불행하다고 해서 실망해서는 안 되고 행복하다고 해서 기고만장해서는 안 된다. 행복 속에는 불행이 도사리고 있고, 불행 속에는 반드시 행복의 싹이 트기 마련이다.

저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난해하고 복잡한 인생문제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삶의 본질적인 물음은 도대체 ‘인생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에 있다.

우리는 자기 의지와는 관계없이 태어났다. 그리고 누구든 앞선 사람들처럼 똑같은 삶을 반복한다. 때가 되면 학교에 가고, 졸업하고, 취업하고, 남자는 도중에 군대에 갔다 오고, 그리고 결혼하여 아이 낳고 살다가 정년이 되면 퇴직하고 황혼을 보내다 결국 죽음을 맞는다. 죽음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다. 어떤 방법으로 죽든 죽음은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이다.

삶 자체는 죽음의 소유이다. 삶은 죽음을 길러주면 그 임무가 끝난다. 따라서 고단한 삶으로부터의 탈피, 허무와 불안, 그리고 죽음의 공포를 이겨보려는 의도에서 종교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특히 불교는 이 죽음의 공포로부터 확실하게 출발했다. 싯다르타 태자는 생로병사로 고민하다가 출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참된 삶인가. 인생이 꼬일수록 뜨겁게 되묻는 질문이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다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어떤 사람은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분명 운명은 우리 인간의 삶에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운도 노력한 자에게 쉽게 온다. 운이 안따라 줬다고 준비하지 않고 가만있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 의미가 무엇이냐는 대답 역시 주관적이다. 다만 그 무엇이든 자신에게 닥친 현실은 자신이 받아들이고 책임져야 한다. 그 누구도 이를 대신해 줄 수 없고, 고통 또한 대신해 줄 수 없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시련은 오직 자신의 몫이다.

세상에는 절대적 지식이나 절대적진리도 없다. (물론 성경을 절대적진리로 믿는 사람도 있지만) 진리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하여 자신의 주장을 굽혀서는 안 되며, 그렇다고 자신의 말만 옳은 듯 상대의 말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서로의 입장을 좁혀 타협점을 찾고 갈등을 푸는 게 진정한 어울림이다.

인생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일회용이다. 오직 전진뿐이다. 그리고 인간은 언젠간 흐르는 세월에 잡아먹히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위대한 동물이다. 한 해가 기우는 길목에서 잠깐 짬을 내어 자신을 뒤돌아보자.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현재 내 위치가 어디쯤인지, 철학적 성찰을 통해 자신을 냉정하게 반성해 보자. 하나밖에 없는 인생을 살찌우자.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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