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7 19:55 (토)
연금개혁 이뤄질 것인가
상태바
연금개혁 이뤄질 것인가
  • 전민일보
  • 승인 2023.10.17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의 성직자이며 경제학자인 토머스 맬더스는 1789년에 발간한 ‘구의 원리에 관한 에세이’라는 책에서 식량생산이 증가하면 인구가 더 증가되어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예측했다. 인구증가로 인해 저소득층의 삶은 힘들어지고, 인구증가를 제한하는 전쟁·기아·질병 등에 직면하게 될 거라고 인류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맬더스의 예측과 달리 19세기 이후 인구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생활수준은 향상되었다. 일찍이 없었던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 덕분이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소득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아이를 키우는 기회비용이 높아져 사람들은 아이를 덜 낳게 된다. 이로 인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지구상의 인구가 이제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맬더스는 경제학자였지만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라마다 건강보험과 노령연금 제도 구축과 개혁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의 경우 건강보험은 크고 작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작동되고 있다. 그러나 노령연금은 심각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보자. 우선 수령액이 너무 작다. 평균 수령액이 60만원 정도이고, 100만원 이상을 받는 사람은 10% 정도 밖에 안된다. 국민연금만으로 생활보장이 안된다. 그런데도 이대로 가면 연금기금이 2055년에는 고갈된다고 해서 고갈시점을 늦추기 위한 연금제도 개편이 국가적 이슈가 되어 있다. 뭔가 잘못되어 있다.

고갈시점을 늦추는 게 왜 중요한가. 기금이 고갈되면 세금을 더 걷어 연금을 지급하면 되지 않는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연금지급을 위해 필요한 추가세금이 납세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현정부는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연금개혁을 미룬 지난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지난 1일 국민연금 개편 방안을 발표했는데, 관심사인 주요 계수들의 범위를 나름대로 좁혀서 제시했다. 첫째, 소득 대비 납부율(보험료율 또는 세율)을 현재의 9%에서 12~18%로 올린다. 둘째, 수령개시연령을 현재 65세(1969년생 기준)에서 68세로 늦춘다. 셋째, 주식투자 등을 확대해 목표 투자수익률을 현재 4.5%에서 6%로 올린다. 이러한 개편 방안을 실행하면 기금고갈 시점을 30~50년 늦출 수 있다.

재정계산위원회가 제시한 개편안에는 수령액을 높이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제대로 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수령액을 높이면 고갈시점이 더 앞당겨질 테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일 것이다. 그러면 수령액도 높이고 고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방안은 없는가.

문제의 근원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기금이 소진되어 가는 이유는 수령자들이 자신이 납부한 원금과 연금기금의 투자수익을 합한 금액보다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로 개선하지 않는 한 기금소진을 막을 수 없다.

연금기금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가입자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저소득층의 가입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18~59세의 국민연금 의무가입자 가운데 영세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소득하위 20%의 저소득층은 절반가량만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저소득층은 노후에 기초연금 대상자가 되어 납세자의 부담이 된다.

우선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연금가입을 어떻게 강제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 제도의 철학적 토대는 국가의 가부장적인 역할이다. 비합리적인 개인이 노후를 위한 저축을 충분히 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강제로 저축하게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현재 제시되고 있는 연금개혁 방안들이 불완전할지라도 어느 방안이든 일단 추진하는 게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특정한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쉽지 않다. 이해집단들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세대간, 소득계층간 이해를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 이를 조정해야 할 정치권 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 계산을 하며 문제해결을 미루려할지 모른다.

18세기 말의 맬더스와는 달리 21세기 초반의 우리는 생활수준 향상과 인구감소에 따른 문제들을 걱정하고 있다. 70여년 뒤에 22세기에는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그때까지 국민연금 기금이 유지되려면 지금 연금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채수찬 KAIST 교수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맥주집창업 프랜차이즈 '치마이생', 체인점 창업비용 지원 프로모션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