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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정책결정이 이루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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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정책결정이 이루어져야
  • 전민일보
  • 승인 2022.11.10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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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나타난 장면 하나를 짚어보자. 금융시장이 신용을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김진태 신임 강원도지사가 춘천 레고랜드의 빚보증을 강원도 지방정부가 이행하지 않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밟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레고랜드가 부도처리되었다.

그러자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금융시장 전체로 불안이 확산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이자율에 돈을 빌리기가 힘든데 이제 신용도가 높은 기업도 채권발행을 통해 돈빌리기가 더 힘든 상황이 되었다. 정부에서 긴급히 개입하여 강원도 지방정부의 빚보증을 이행하겠다고 새삼 확인하고 나서 사태는 일단 진정되었으나, 한번 흔들린 금융시장은 불안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해외에서 나타난 장면도 하나 짚어보자. 스스로 시장주의자라고 생각하지만 시장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와 기업의 법인세를 내려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전세계적으로 인플레가 진행되고 이자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감세정책을 실행하면 나라의 빚이 늘어나 인플레율이 더 치솟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금리가 치솟았다.

시장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트러스 총리는 감세정책을 포기하고 취임 44일만에 총리직을 사임하고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이 두 장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 건들었다가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던 정책결정자들의 모습이다. 이웃나라에 나타난 장면 하나를 더 짚어보자. 중국의 지도부개편의 결과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1인지배체제를 강화하자 중국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폭락하였다. 정부의 민간기업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코로나 봉쇄정책도 계속되어 경제회복이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가 주식시장에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타협에 의한 정치보다 권력에 의한 통치가 우월하다고 믿는 시진핑은 시장과의 싸움을 계속할 것이다.

누가 패자가 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위에 살펴본 장면들은 모두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을 배경으로 일어났다. 인플레를 막기 위한 중앙은행들의 고이자율 정책이 새로운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

올해의 노벨경제학상은 금융위기를 분석한 세사람에게 수여되었다. 그중 더글러스 다이어먼드와 필립 디빅은 대량인출사태 (bank run)의 원인이 예금주들의 군집행태(herd behavior)에 있다고 분석한 논문의 공동저자다.

다이어먼드-디빅 모델은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경로를 현상적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이들의 논리를 따르면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금융위기가 군중심리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 된다.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금융위기의 원인은 실물경제의 부실로 발생한 갚지 못하게 된 부채다.

어떻게든 정부가 이 빚 문제를 해결해줘야 금융위기가 끝난다. 예금보험이나 정부의 지급보증 등은 이를 제도화한 것이다. 또 한 사람의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벤 버냉키는 1930년대 경제위기를 연구하면서 실물경제에 필요한 유동성을 은행시스템이 공급하지 않아서 대공황이 일어났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2008년경 글로벌금융위기가 일어났을 때 미국중앙은행의 수장으로서 그는 그동안 중앙은행의 관행을 벗어나, 민간금융기관들을 통하지 않고 직접 실물부문에 막대한 유동성을 투입하여 금융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하였다. 물론 그렇게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작업을 중앙은행이 제때에 하지 않아 오늘날의 인플레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경제가 몹시 흔들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정책결정이 이루어져야한다. 시장을 거슬러 이기려고 해서는 안된다.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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