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고유의 정서와 미학이 담긴 민화의 가치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전통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선태)은 올해 세 번째 기획초대전으로 박종수 작가의 ‘전통과 마주해온 시간들-80,90년대를 회고하다’전시회를 오는 3일부터 12일까지 전당 3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한다.
민화의 요소를 차용해 단순미와 오방색의 원색적인 색체를 끌어와 작품에 적용한 박 작가의 화풍은 시대별로 나뉘어 설명되는데, 1980년대 시대상황을 의식하고 한국적인 정체성을 찾고자 주력했던 ‘전반기’와 그 이후 초현실적 환상을 추구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를 ‘후반기’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9년부터 2005년 교단을 내려올 때까지 20여 년 동안 ‘민화적인 풍경’, ‘장생’, ‘들꽃’, ‘땅’등을 주제로 한국미의 정체성과 그 정형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전반기’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전통적인 소재인 십장생을 차용한 ‘장생’을 비롯해, 엉겅퀴를 통해 80년대 군사정권 시절 민중의 꿋꿋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들꽃’등 시대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며 민중의 강렬한 생명력을 담은 그의 작품들은 매우 깊은 인상을 준다.
또한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가의 미발표작품을 통해 민화적이면서도 원색적 화풍에서 초현실주의로 옮겨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눈여겨 볼만하다. 고창 출신의 박 작가는 1974년부터 2005년까지 전북과 서울에서 교편을 잡았다. 1979년에 전북예술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열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국내외 기획·초대전 및 단체전 등을 통해 총 350여회 출품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고 현재 상형전 자문위원 광주미술상운영위원 등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 작가는 “가장 혈기왕성하고 자기 것을 찾기 위해 열정적이었던 전반기 작품을 통해 당시의 열정과 그 변화를 함께 느끼고 나누고자 전시를 열게 됐다”며 “생의 전반기 삶이자 성과로 생각하고, 성찰과 함께 앞으로 작업에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김영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