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선출된 뒤 다음 날 비대위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해 함축된 표현으로 현 상황을 진단했다. 신임 원내대표 박홍근 의원(서울 중량을, 3선)은 ‘여야 협력, 윤 당선인의 의지와 국민의힘 태도에 달렸다’고 말했다. 참 인상적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재명계로 알려졌지만, 정작 이재명을 굳이 내세우지 않았다. 이재명을 더 깊게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우리 나라 정당 선거에서 자주 봐온 계파 대결 선거가 재현됐다 보인다. 정치는 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심하지만 않다면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민주당이 더 진보하고 전진하려면, 이 계파적 이해관계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거나 자정시키면서 능력 중심의 정당으로 가야 한다. 정치 현실에서 세력 규합이란 측면에서 계파 정치를 없앨 수 없지만, 도를 넘어서는 아니 된다. 예를 들어 통합시너지를 내려면 아우르고 통합하는 게 더 좋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복기해 보면 쇄신의 자세가 있어 보인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나온 시기라서 지금은 엄중한 시기이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그는 전날 정견 발표에서 “(민주당은) 처절하게 반성하고 철저하게 쇄신해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이끌 야당으로서의 첫 원내대표는 독배를 든 채 십자가를 메고 백척간두에 서는 자리”라고 밝히며, “윤석열 당선자의 독선과 불통,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대하는 적대적 태도를 보면 심상치 않다”고 했다.
앞으로 검찰에 의한 공안 통치가 일어날 것 같다는 게 정치권의 인식이다. 박 원내대표는 “정치 보복을 기필코 저지하겠다. 정치적 보복, 검찰 전횡이 현실화되면 모든 걸 걸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 손실보상 차원의 2차 추경과 민생 입법, 대장동 특검, 정치개혁 입법을 최대한 조속히 추진할 과제로 꼽았고, 수사권 분리 등 검찰개혁, 가짜뉴스 방지 등 언론개혁도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민주당은 개혁입법을 미적거리나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검찰 개혁을 외치며 힘차게 나갈 때 누군가 일부 세력이 소위 속도조절론이란 명분을 내세우며 김을 빼 무위로 돌아갔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철저한 반성과 혁신으로 유능한 민주당, 강한 야당, 민생 중심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참 기대가 된다.
박 원내대표는 “앞으로 들어설 새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와 균형, 원내 제1당으로서 민생과 입법을 주도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먼저 갖는다”며, “어제 원내대표 선거는 더 강한 쇄신과 단합, 개혁의 선택이었다”고 해석하는 것을 보면, 그가 지금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구나 싶다.
박홍근 원내대표에 거는 기대는 새로운 리더십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엄중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쌓는 건 힘들어도 허물어뜨리는 건 순간이다.
전북은 30년 간 민주당을 짝사랑해 오고 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민주당보다는 민주주의를 더 사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 원내대표에 힘을 싣는 것이며, 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