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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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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엔
  • 전민일보
  • 승인 2020.12.0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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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가득뜰 공원”에 산보를 간다. 40여분 걸으면 금강 세종보에 이르니 마음은 시원하고 강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물오리가 유영을 하고 아침햇살에 윤슬이 아름답다.

강가에 서있던 꺽다리 백로가 잽싸게 물고기를 낚아채 기량을 뽐낸다. 저 좋다고 날뛰기만 하던 녀석들이 한 순간에 먹잇감이 되었으니 제 운명을 어찌 예측이나 했으랴.

강물은 쉼 없이 바다로 흐른다. 자신을 정화시키며 주변을 말끔히 씻어주는 천사와도 같은 존재다. 바위를 만나도 비켜가며 다투지 않으니 도(道)에 가깝다고 한다.

낮은 곳에 처하기를 꺼려하지 않는 겸손과 신의를 가르쳐준다. 중국의 춘추시대 철학자인 노자는 그의 저서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강조하고 있다. “가장 위대한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이렇듯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이 있다. 풀꽃시인으로 유명한 나태주님은 우리의 마음에 와 닿은 아름다운 시를 선사해준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11월”이라는 시를 읽으며 느슨해졌던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르며 정신을 차려본다.

“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다. 남은 시간을 버리기엔 아까운 시간이라며 마음을 후빈다. 연초에 마음먹었던 일들은 작심삼일이 되지 않았는지, 연초의 다짐들이 서리맞은 장미처럼 입에 피를 흘리며 나를 원망하는 눈초리로 보는 것 같다.

아쉽고 부끄럽지만 냉정한 마음으로 지금쯤 자책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추수가 끝나고 텅빈 들녘, 들판에 하얀 짚더미들이 덩그러니 들판을 지키고 있다.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우리네 절기는 변함이 없었다. 상강(霜降)이 지나니 청청하던 나뭇들이 찬 서리에 단풍으로 변하고, 또 망백(望百)의 노파얼굴처럼 쭈글쭈글한 낙엽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순간이다.

수북이 쌓인 낙엽은 추운겨울 여린 나무들의 솜이불이 되어준다. 봄에 꽃을 피우고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던 저들은 자연의 섭리를 일깨워주는 스승이다.

연초 몇가지 다짐을 했다. 일기쓰기와 서예 그리고 독서(주1권)가 그것이다. 일기는 수필을 쓰는데 도움이 되려니 싶어 4년째 계속하고는 있으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거울이다. 듬성듬성 빼먹는 날도 많지만 자신을 이기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언제나 그렇듯 수필 한편을 쓰려면 몸살을 하고 있으니 일기쓰기는 쉼 없이 정진하려니 싶다. 틈을 내어 문학, 철학 역사서를 구입하여 읽고 있다. 다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평생의 숙제처럼 다가온다. 붓글씨(서예)는 코로나시대에 더없이 좋은 친구이니 싶어 계속하고 있다.

11월, 덩그러니 달력 한 장을 남겨놓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강물은 바다로 흐르며 부단히 자신을 정화시키듯 저들의 본성을 닮고 싶다. 바다에 이르러서는 맛도 색깔도 변하여가듯 새해가 이르기 전에 모난 성품, 잘못된 행실까지도 바꾸어 갔으면 좋겠다. 가식의 옷을 벗어던진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

이우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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