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혼 후 32년 만에 나타나 순직한 소방관 딸의 유족급여를 받아간 친모에게 딸의 과거 양육비 지급 판결을 내렸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판사 홍승모)은 최근 순직한 소방관의 아버지 A씨가 생모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양육비지급 청구소송에서 “7700만원을 지급하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부모의 자녀 양육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고 양육비도 공동 책임”이라면서 “생모인 B씨는 이혼할 무렵인 1988년부터 딸들이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의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은 수도권의 한 소방서에서 일하던 A씨의 둘째 딸(당시 32세)이 지난해 1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서 시작됐다. 숨진 딸은 119 구조대원으로 일하며 수백 건의 구조 과정에서 얻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앓다가 가족과 동료 곁을 떠났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공무원재해 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A씨가 청구한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의결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B씨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유족급여와 둘째 딸의 퇴직금 등 약 8000만원을 전달했다. 여기에다 B씨는 매달 91만원의 유족연금도 받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 부녀는 강하게 반발했다. A씨는 “B씨는 이혼 후 자녀 양육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딸의 장례식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후 A씨는 지난 1월 전주지법 남원지원에 B씨를 상대로 양육비 1억895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이 사건은 전북판 구하라 사건으로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정석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