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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에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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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에 우린…
  • 전민일보
  • 승인 2020.02.10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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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가 되자 원치 않던 택배가 배달됐다. ‘나이 한 살’. 나는 ‘오십’이 되었고, 집에서는 ‘반 백 살’이라는 애칭이, 직장에서는 ‘오십대’라는 별명이 생겼다.^^;; 덕분에 잊고 있던 나이에 대한 자각이 생겼다.

백세 인생의 분기점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앞으로 살아갈 삶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2019년 12월 31일에서 하루가 더 지났다고 갑자기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에 이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빠른 길은 주위에서 본받을 만한 모델을 찾는 것이다.

A 선생님은 올해 61세이시다. 몇 년 전부터 “일신 우일신”을 삶의 지표로 삼고 지금까지 삶과 결별하고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지금까지 식사를 사모님이 준비했기 때문에 이제는 본인이 준비하는 날이 많다고 하신다.

요리를 하는 자신을 독려하기 위해 본인 이름으로 000밴드를 개설하고 요리하는 과정과 결과물을 올린다. 밴드는 요리에 환호해줄 사람을 초청한다. 올해에는 옷장 정리와 물건 정리를 했다. 꼭 필요한 물건을 빼고는 모두 버렸다. 앞으로 사용할 물건만 남기겠다는 것이다.

B 선생님은 규율이 센 조직에서 근무하셨다가 6년 전에 정년퇴직을 하셨다. 예전에는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후배, 친지들에게 “책 읽어라, 음악들어라...”는 잔소리를 많이 했다.

그때는 안타까워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이 후배들을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은 주로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거나 독려해준다고 한다. 물론 후배나 친지들과 관계는 예전보다 훨씬 돈독해졌다. 그래서인지 퇴직 후 B 선생님의 얼굴이 부드러워지고 편안해지셨다.

C 선생님은 퇴임식부터가 달랐다.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 네 잎 클로버 액자 등을 전시, 판매하셔서 모두 기부하셨다. 일주일에 하루는 소년원에 가서 재능기부를 하셨다.

입사 제의가 왔을 때도 소년원 재능기부를 계속한다는 조건으로 평생 교육 분야에 취업하셨다. 맡은 직무를 열심히 하시면서 받는 급여는 덤으로 생각하시고 사회단체나 독서 동아리에 나눔을 이어가신다.

A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의 변화를 사모님은 어떻게 받아들이시냐고.

사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내일이 더 기대돼요”라고. 이보다 더한 찬사는 없을 듯하다.

B 선생님께 물었다. 충조평판을 안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고.

B 선생님은 사모님의 조언과 책 덕분이라고 하셨다. 사모님의 평가, 판단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던 차에 같은 이야기를 책에서 읽으면서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C 선생님께 물었다. 어떻게 퇴임식을 통해 나눌 생각을 하셨으며 4년간 이어온 자원봉사가 힘들지 않은지.

C 선생님은 건강하게 교직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던 것이 너무 감사해 나눌 생각을 했고, 지금 자원봉사를 하는 것도 오히려 배우는 것이 많다고 하신다.

내가 이십 대였을 때, 많이 부른 노래 중에 “나이 서른에 우린”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그 노래는 서른이 되면 혹시 젊은 날의 높은 뜻이 부끄럽지 않을지 염려하는 노래였다. 나이 오십에 우린 무엇을 부끄러워해야 할까?

나이가 들수록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에너지의 범위 안에서 단순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오십이 지나고 새로운 오십이 시작되었다. 나의 새로운 오십은 A, B, C 선생님처럼 ‘변화’, ‘경청’, ‘나눔’을 지향하는 삶이었으면 한다. 

젊은 날의 높은 뜻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상식에 부끄러움을 잃지 않아야겠다.

구성은 전주시평생학습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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