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김모(36)씨는 지난주 공개된 명절 근무표를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설 연휴 근무조에 편성됐기 때문이다.
김씨에게 설 연휴근무는 “결혼은 언제 하냐?”, “그 월급 갖고 되겠냐?”등 친척들의 성화로 받는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명절 선물(?)’인 셈이다.
김씨는 근무표를 확인한 뒤 곧바로 고향 집에 전화를 걸어 “당직근무가 걸려 어쩔 수 없이 설 명절에 가지 못하게 됐다”며 “죄송하다”고 전했다.
김씨는 “만나는 집안 어른마다 언제 결혼하느냐고 묻는 명절이 괴롭다”며 “부모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올해 설 명절은 스트레스 없이 집에서 TV나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도내 한 생산직 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36·여)씨는 아예 연휴 근무를 자원했다.
명절 때 만나는 친척마다 결혼 계획을 묻는 탓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던 그로서는 특근 수당까지 챙길 수 있는 연휴 근무는 1석2조의 보너스인 셈이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지만, 명절만 되면 결혼 문제가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탓에 그는 해가 갈수록 귀성길에 오르는 것이 불편하다.
최근 들어서는 고향에 가도 회포를 풀 친구도 마땅치 않아 더더욱 고향 집 가는 길을 주저하게 된다.
이씨는 “예전엔 모처럼 만난 친구들과 맘껏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요즘엔 친구들이 다들 결혼해서 만나기 어렵다”며 “어렵게 만나도 주제가 ‘시월드’(시댁)에서 차례상 준비나 아이들, 남편들이어서 서먹해지고 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설 명절 고민은 주부들도 마찬가지다.
명절을 앞두고 최근 물가 인상 소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주·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가 지난 16일에 발표한 ‘2020 설 명절 물가 조사’에 따르면 올 설 차례상 비용(4인 가족 기준)은 26만 4580원으로 지난해보다 0.6% 상승했다.
또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설 1350원과 1250원 대를 유지하던 전북지역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이 현재 각각 1550원, 1390원대로 치솟았다.
주부 오모(36)씨는 “부부 월급이 빠듯하고 육아에 드는 돈도 만만치 않은데, 부모님 용돈이나 시골에 내려가는 기름값도 부담스럽다”며 “게다가 음식장만 등 명절 차례상 준비에 각종 잔소리까지 스트레스로 인해 명절이 두렵다”고 토로했다.
한편,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3507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58.3%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로는 미혼자의 경우 ‘어른들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가 가장 많았고, 기혼자의 경우 ’용돈, 선물 등 많은 지출 부담‘이 가장 높았다. 김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