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은 21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개시일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하루 전인 16일 입장문을 내고 “16일 국회 본회의를 개의치 않겠다”고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의원 선거제 개혁을 기대했던 각 정당의 의원이나 예비후보들은 난망해 했다. 이들은 당장 예비등록을 하고,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해야 할 판인데 선거에 관해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답답해 했다.
문 의장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원내대표회동을 소집했다. 그렇지만 협의가 불발되고 말았다. 문 의장은 여야지도부를 향해 “조속한 시일 내 공직선거법을 비롯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대해 합의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특정세력 지지자들이 국회 본관에 침입해 난동을 부리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공고했던 민주당과 ‘4+1 협의체’마저 균열이 생겨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민주당과 ‘4+1 협의체’는 의원정수 250(지역)대 50(비례)에 합의하는 등 협의가 잘 되는 듯 했지만, 비례 50석을 놓고 세부 이견(석패율 등)이 엇갈려 공조가 틀어졌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초심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이 한국당의 합의를 의식해 합의안을 자주 바뀌게 해 이런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간에도 공방이 이어지면서 선거법 개정 등 패스트트랙 안건은 난망하게 돼가고 있다.
내년 총선 스타트 총성은 이미 울렸다. 곧바로 예비후보를 등록하고, 총선 레이스를 벌여야 할 판이다. 그렇지만 예비후보들은 깜깜이 선거를 치러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선거구 획정, 선거 구도, 정당 기호 등 어느 것 하나 확정된 게 없다.
여기에 거대 양당의 공천 탈락자의 이합집산 등 정계개편이 뒤따를 전망이어서 정치적 역학구도까지 오리무중이다. 이제 총선은 4개월 남았다.
예비후보들은 깜깜이 선거를 시작하면서 더 많은 애로를 짊어지게 됐다. 정치권 한 인사는 “지금 여의도 정치권은 단 하루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이다. 이럴 때 일수록 거대 양당보다 군소정당이 더 촉급하고, 더 분통이 날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 = 이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