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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다이어트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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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다이어트가 필요한 이유
  • 전민일보
  • 승인 2019.10.28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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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 맑은 물에는 영양분과 먹이가 적어 물고기가 살기 어렵다는 의미로, 군자는 때 묻고 더러운 것도 용납하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는 삶의 지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문구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자연상태의 물을 보면 이 문구는 사실이 아니다.

투명하게 맑은 물속을 가만히 관찰하면 다양한 물고기와 생물들이 노닐고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가 문제이다. 영양분이 과도하게 많은 물에서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매년 여름철에서 가을철까지 발생하는 녹조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농업용 비료나 하수 등에서 배출되는 질소와 인 등 영양분이 많아진 물에 햇볕이 강해지고 수온이 올라가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량으로 증식한다. 녹색을 띄는 이들 플랑크톤이 상수원, 저수지, 하천 등의 정체된 수면을 뒤덮게 되면 물속으로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고, 물에 녹아 있는 산소가 고갈된다. 물 속에 산소가 없으니 물고기가 숨쉬기 어려워진다. 물 속 영양분을 줄여야만 물고기를 살릴 수 있는 이유이다.

녹조는 부영양화 된 물에서 나타나는 자연현상이라고 할 수 있으나, 경제가 발전하고 각종 오염물질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 녹조의 경우 냄새물질과 독소를 생성해 수돗물의 맛을 떨어뜨리고 곰팡이냄새, 흙냄새 등과 같은 불쾌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녹조에 대해서 유해녹조(4종) 지정 및 먹는물 수질감시기준(마이크로시스틴-LR) 설정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제 녹조는 단순히 생태계의 위협이 아니라 인간의 먹는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녹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안전한 먹는물 공급을 위해 1998년부터 대청호 등 전국 28개 하천·호소에 대해 조류경보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전북지방환경청에서도 전북관내 용담호와 옥정호를 연중 매주 모니터링 중이다.

옥정호는 조류경보제를 운영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조류경보제 발령사례가 없었으나 용담호의 경우에는 조류경보제를 운영한 2003년 이후로 2005년, 2006년, 2010년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됐다. 전북지방환경청과 유관기관은 올해도 녹조 발생에 대비해 사전예방활동 등을 긴밀하게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산업화를 겪은 일본은 녹조문제 해결에 성공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비와호(琵琶湖)다. 비와호는 그 저수용량이 용담댐의 30배에 달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호수이다.

약 460개의 크고 작은 지류가 유입되는 비와호는 시가현 지역주민 1450만 명의 생활과 산업활동을 지탱해주는 수자원으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60년대 고속 경제성장으로 인한 많은 공장들이 건설되고 대량의 공장폐수와 가정하수는 비와호에 유입돼 호수의 수질오염 및 부영양화가 진행됐고, 그 결과 비와호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사이 적조 및 녹조 대발생을 겪었다.

그 후 일본은 민간에서는 합성세제의 판매와 사용을 금지하고 시가현에서는 질소 및 인 함유된 공장폐수를 규제하는 내용을 포함시킨 『시가현 비와호 부영양화 방지에 관한 조례』를 1980년에 제정하는 한편 1984년 호소수질보전특별조치법을 제정해 수질보전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2006년부터 농지와 시내의 오염부하 저감대책이 필요한 지역부터 유출수 대책을 실시해 현재는 1급수 수질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거의 매년 비와호 일부 정체구간에서 부분적으로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녹조가 발생한 호수를 다시 되돌린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하천과 호수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우리들의 먹는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녹조 발생 이전에 그 원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가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우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질소나 인이 다량 포함된 세제 대신 질소나 인이 첨가되지 않은 세제를 사용하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질소, 인이 함유된 비료사용을 최소화함은 물론, 축산농가에서는 빗물에 의해 가축분뇨가 호소나 하천에 흘러들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국민들이 쉽게 친환경 제품의 소비와 친환경 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개발과 지원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지면서 배고픔보다는 배부름을 걱정하는 시대이다. 우리나라의 여러 하천과 호수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모두의 참여와 노력으로 물 속 부영양화가 해소되기를 희망한다.

정선화 전북지방환경청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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