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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기리며
전민일보  |  jmi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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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3  09: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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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이슈에 따라 생각나는 사람, 사건이 있다. 8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영화와 이슈가 많았다. 영화 <주전장>, <김복동>, <허스토리>를 보며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먼저 든 생각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이 끌려갔다가 돌아온 것은 해방 이후였는데, 1947년부터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증언할 때까지 ‘왜 아무도 증언하지 못했을까?’하는 의문이다.

답은 <허스토리>에서 찾을 수 있었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군 ‘위안부’ 및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 <관부재판>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서 부산여성경제인연합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신고를 받는데, 사무실에 돌을 던지는 아저씨, 할머니들을 태우고 공항을 가면서 막말을 하는 택시 운전사 등이 등장한다.

우리의 무지와 편견, 가부장제적 의식이 돌아온 생존자들을 두 번, 세 번 죽였기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50여년의 세월을 숨죽여 살아야했던 것이다.

전북지역도 다르지 않았다. 생존자들은 1998년이 되어서야 하나, 둘씩 피해 신고를 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세간의 이목을 살피며 살았다.

내가 방문했던 무주 할머니의 경우에는 이웃들에게 나를 “전주 조카”라고 소개해 놓으셨다. 무주에서 말씀하실 때는 조심스레 그냥 잘 살았다고 말씀 하시다가, 전주에서 녹취를 할 때는 몇 시간동안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놓으셨다.

해방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50여년의 세월을 생존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전북지역의 생존자들은 7분 중 평범한 가정생활을 하신 분이 없다. 대부분 ‘위안부’ 휴유증으로 결혼을 했어도 출산을 못했고, 출산을 하신 분도 이혼이나 사별로 순탄치 못한 삶을 사셨다.

7분 중에 6분은 다시 태어나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씀하셨고, 한 분은 여자로 태어나 귀여움을 받으며 살아보고 싶다고 하셨으니 식민지 여성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김복동”할머니를 그린 영화 <김복동>은 1992년 3월, 본인의 피해를 증언한 후 2019년 1월, 돌아가실 때까지 27년의 여정을 그렸다.

피해자로 머물지 않고, 90이 넘은 연세에도 세계 곳곳을 다니며 증언과 시위, 피해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위로와 나눔을 아끼지 않으신 할머니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한다.

<김복동> 영화가 상영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는 때를 맞춰 일주일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작품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전북지역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었다. 너무나 아쉬웠다. 할머니들에 대한 일이 먼 옛날이 아니듯 공간으로도 우리 바로 옆에 계셨던 분들인데, 지역에서 그 발자취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안타까웠다.

내가 속했던 단체는 2002년부터 전북지역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재가활동과 봄나들이, 운동회, 송년회, 인권캠프를 했었다. 2004년에는 할머니들의 녹취를 바탕으로 <전북지역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의 이야기>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우리가 간다고 하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마을 어귀까지 나와 기다리시던 익산 할머니, 우리에게 “우리 애기, 인자 왔냐!”며 뛰어나와 반기시던 황등 할머니, 2004년, 할머니들의 책 출판기념회에서 “일본놈은 사죄하라!”고 목청을 높이시던 고창 할머니, 마른 나뭇가지처럼 야위셨으면서도 “난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라고 말씀하시던 무주 할머니, 우리가 산 시상이 또 돌아올까 무섭다는 남원 할머니, 화통하셨던 정읍 할머니….

이제는 우리의 기억과 책 속에만 남아있는 할머니들의 발자취를 다시 그려본다.

구성은 전주시 평생학습관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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