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6 21:28 (금)
배관열(拜官熱)과 호전성(好戰性)
상태바
배관열(拜官熱)과 호전성(好戰性)
  • 전민일보
  • 승인 2019.02.13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국가인 애국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작사를 누가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아직도 미상이다. 미상으로 남은 이유 중에는 거론되는 대상 인물의 친일문제도 있다. 더불어 작곡가 안익태에 대해서도 오래 전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친일 논란은 물론 최근에는 나치 부역까지 거론되고 있다.

뉴스에서는 안익태의 나치 부역 문제를 새롭게 밝혀낸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것은 친일 논란만큼이나 오래된 얘기다. 그래서인지 국가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하지만 향후 통일과정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작사가 얘길 잠깐 해보자. 안창호와 더불어 유력한 후보로 얘기되는 사람이 윤치호다. 참고로 안창호와 윤치호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상당했다.

윤치호는 당대 최고의 교육을 받은 엘리트였다. 중국, 러시아,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행운아였다. 그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만큼이나 일본인에 대한 경이로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에게 일본은 신세계이자 이상향이었다.

그가 2차세계대전 말기 보여준 적극적 친일은 바로 그런 인식의 연장선상이었다. 여기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궁금하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면서 미국에서 공부한 이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영국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가 목격한 인종차별은 다양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은 미국 유학당시 선교사들이 보여준 이중적 위선이었다.

선교사들이 자신들끼리 있을 때 주고받는 노골적인 인종차별 발언은 윤치호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는 조선에 와있던 선교사들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럼 윤치호는 자신의 조국인 조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는 일기에서 조선과 조선인에 대한 혐오를 숨기지 않는다. 애국가의 작사자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모욕적일 정도다. 그는 왜 그토록 조선에 대해 절망했을까.

물론 당시 조선이 처한 전반적인 모습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조선이 그런 비참한 상태에 이르게 된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관열(拜官熱)과 호전성(好戰性)이다.

배관열은 오늘 시점에서 얘기한다면, 모두가 고시공부에 매달리는 현실에 대한 질타다.

모두가 관직을 열망하고 오직 그것만을 위해서 몰두하는 조선사회에 대한 그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남는 것은 나태와 게으름 그리고 기생적인 삶의 합리화일 뿐이라는 것이 윤치호의 생각이었다. 윤치호의 이런 진단은 후일 그레고리 헨더슨이 [소용돌이의 한국정치]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모든 구성원이 권력이라는 하나의 정점을 향해 치닫는 과정을 한국사의 특징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봤던 것 역시 두 사람의 공통적 진단이다.

윤치호는 조선에서 배관열의 과잉이 문제라면 호전성은 결여가 문제라고 얘기한다. 호전성은 윤치호에게 있어서 국가의 생동감과 발전의 근원적 동력이었다.

조선에는 그런 호전성이 사라지고 무능과 나태 그리고 상호비난과 서로에 대한 증오와 살육만이 남아 결국 멸망을 초래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윤치호는 3·1 운동이 일어난 며칠 후 일기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고종 황제는 예전에 누군가를 감옥에 보내기 위해 단 한마디를 사용하곤 했다. 그건 바로 ‘친일파’라는 단어였다. 조선의 일본인들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드는데 편리한 단어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반일파’라는 단어다.”

오늘 한국이 아닌 1919년 3월 7일 일기에 이런 얘기를 썼다는 사실은 한국인에겐 곤혹스러운 일이다. 윤치호가 애국가의 작사자라면 우리는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불어 윤치호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대한 이해는 어떠해야 하는 것인가. 배움의 대상이 꼭 애국자일 필요는 없다.

배관열의 과잉과 호전성의 결여에 대한 이해가 애국가의 작사자를 규명하는 것만큼의 노력은 필요한 것도 그래서이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맥주집창업 프랜차이즈 '치마이생', 체인점 창업비용 지원 프로모션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