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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분단을 극복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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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분단을 극복할 수 없는가
  • 전민일보
  • 승인 2018.09.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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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수 없다면 짖지도 마라], 책 제목이자 윤치호의 좌우명이기도 하고 그의 일기 속에 나오는 고백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윤치호가 고백한 내면의 소리가 흥미롭다.

그는 조선의 비루함에 대해 견딜 수 없는 혐오를 숨기지 않는다. 일제가 이룩한 산업화와 사회간접자본의 구축이 본질적으로 일본을 위한 것이지만 고종치하의 조선보다는 훨씬 더 발전적이라고 얘기한다. 독립운동에 대해서도 냉소적이다. 대중목욕탕 하나 운영하지 못하는 조선인이 독립을 말하는 것이 가당한가라고 얘기한다. 또한 3. 1. 운동 당시 독립한 것으로 착각한 조선인이 일본 관료가 장려해 심은 나무들을 모조리 뽑아버린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조롱하고 있다. 정작 독립이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나무 심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작태를 벌이는 것만으로도 조선인은 독립할 자격이 없다고. 윤치호의 이런 사고에 대해 우리는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윤치호의 친일은 드라마에서 자주 묘사되는 악마적 민족반역자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윤치호는 친일의 명분으로 조선에 대한 자신 나름의 애정(?)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는 한 일본인이 오만에 가득차 던진 말에 충격을 받았던 사실을 일기에 남겼다.

‘수 십 년 후 조선인은 시베리아와 같은 곳에나 가야 찾아볼 수 있는 종족이 될 것이다.’

윤치호는 경험과 논리에 근거한 확신에 찬 친일파다. 그가 말년에 더욱 친일의 길로 나섰던 것도 젊은 시절 상해에서 봤던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백인들의 푯말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그는 이 일을 일기 속에 몇 차례나 언급하고 있다. 또한 미국 유학시절 경험한 인종차별과 당시 조선에 거주하고 있던 미국 선교사들의 오만함도 백인에 대한 혐오를 극대화 했다. 자연스럽게 일본은 백인종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황인종이었다.

잠시 윤치호가 일기에 담아놓은 여러 사람에 대한 얘길 들어보자. 출근도 하지 않으면서 월급만 받아가는 이상재의 잘못된 처신, 신도들로부터 헌금을 갈취해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그것을 감추려 독립운동의 탈을 쓴 사기꾼 손병희, 일본 유학을 후원해 줬더니 바이올린을 사주지 않았다고 협박편지를 보낸 홍난파의 배은망덕, 자신에게 독립운동 자금을 받으러 온 예쁘장한 아가씨 그리고 사이토를 비롯한 역대 일본 총독들에 대한 호의적인 시각까지.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안창호에 대한 언급이다. 안창호는 이상재와 더불어 윤치호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몇 안 되는 독립지사다. 그런데 윤치호는 일기에서 안창호가 지역감정의 화신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수차례 언급하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당시 안창호의 언급이 일본제국주의와의 투쟁 보다 기호파 척결에 우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안창호는 죽기 얼마 전 윤치호에게 그러한 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고 한다.

의문이 든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한가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당시 서북파와 기호파의 지역적 대립 그 자체다. 윤치호도 자신의 사위가 당대 최고의 엘리트였음에도 출신 지역이 평양이라는 사실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에 대한 염려를 보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창호의 석방노력에 대해 김활란이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시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일본은 수 십 년 원수지만 기호파는 우선적으로 척결해야 할 수 백 년 철천지 원수’

조선 독립 보다 앞서는 지역감정. 그것이 실존하는 역사다.

일본제국주의 그리고 미국과 소련, 분단의 원흉이라 말한다.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인가. 전범국 오스트리아는 왜 분단이 되지 않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히틀러가 바로 그곳 출신인데도. 윤치호 일기 속에 답이 있다. 조선은 이미 남북 사이에 분단의 씨앗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서북파와 기호파가 뜻을 이룬 그 자리엔 또 다른 분열의 씨앗이 가득하다.

윤치호는 죽기 전 해방을 봤지만 자신의 신념(?)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윤치호의 신념이 잘못되었다면 이제 우리가 답해야 한다.

우리는 왜 분단을 극복할 수 없는가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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