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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위한 진혼곡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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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위한 진혼곡의 조건
  • 전민일보
  • 승인 2018.07.31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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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 않은 죽음은 없다.

유영철과 강호순에 대한 사형집행이 정의에 부합한다는 소신과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탤런트 조민기가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을 선택했을 때 보여준 냉담한 여론은 이례적이다. 그는 연쇄살인범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된 사람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에게 그토록 가혹했던 여론을 설명하려면 두 가지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하나는 그를 향해 ‘죽을 자격도 없다’고 비난하는 목소리에 담긴 본질의 문제다. 그렇다. 조민기의 선택은 잘못됐다. 자살은 문제해결의 올바른 선택이 결코 아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를 조문하는 것이 주홍글씨를 각오해야할 만한 용기를 필요로 했다는 사실이다.

요 며칠 사이 우리 곁을 떠나간 사람들이 있다. 작가 최인훈, 5명의 해병대 장병 그리고 노회찬. 이들의 죽음이 특별한 것은 그 죽음이 단순한 개인사가 아닌 공동체와 연관된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은 이명준을 통해 6.25 전쟁과 분단현실을 현세대는 물론 미래세대에게까지 얘기하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어쩌면 그가 얘기하고 있는 가장 큰 화두는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이다. 사르트르가 세상을 떠나던 날 프랑스의 모습은 어떠했던가. 그럼 5명의 해병대 장병은 어떠한가. 그들은 공동체를 위해 살다 공동체를 위해 삶을 마감한 존재들이다. 여기서도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 있다. 6.25때 실종된 미군유해를 찾기 위해 미국 정부가 보여주는 노력은 물론 미국의 일반 시민들이 군인에 대해 가지는 존경과 고마움은 또한 어떠한가. 영결식장에서 추모영상 속 아빠 사진을 본 다섯 살 아들은 반가움에 ‘아빠’를 외쳤다. 그 모습이 너무도 밝아서 애통함이 더했는지 모른다.

이제 노회찬이 남았다. 그가 자살했다는 소식에 여야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일반 시민까지 추모일색이다. 그는 시대와 제도의 희생양이고 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는 이제 열사가 되었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내가 얘기하는 것들이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해둘 것은 나 역시 그의 죽음을 누구 못지않게 안타까워 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공인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것들을 외면할 수는 없다. 분명한 사실은 그가 불법 자금을 받았고 그에 대한 수사와 언론의 검증과정에서 거짓을 말했다는 것이다. 특검수사 이전 검찰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끝났다면 아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돈을 받은 것이 부끄러웠던 것이 아니고 그것이 드러나게 된 현실이 두려웠던 것이다. 나는 그의 후회를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기에 더욱 자살을 선택해서는 안됐다. 세계 최저출산율과 최고자살율의 나라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이 자신의 과오를 후회한다며 아파트에서 투신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납득해야 하는가. 만일 그 아래 무고한 사람이 지나고 있었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극악무도한 사람이 한 번 참회 하면 그에 대해 감동하면서 일생을 의롭게 살아온 사람이 한 번 실수했다고 돌팔매를 할 수 있나.” 또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왜 착한 사람은 죽고 악한 사람만 살아있나요.” 수많은 개별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와는 별개로 노회찬의 삶은 분명 평가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그의 과오까지도 모두 미화해야 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불의다. 그것은 노회찬도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낚싯배 사고가 있자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 책임이라고 여겨야한다.”며 청와대 참모진과 함께 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했다.

너무도 안타까운 사고가 어찌 낚싯배에 국한되겠는가. 하지만 공동체를 위한 진혼곡은 아무 때나 연주할 수 없다.

매천 황현은 절명시를 통해 공동체를 위한 지식인과 지도층의 도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난작인간식자인(難作人間識字人),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도 하구나.”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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