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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아름다움과 편안함, 부드러움을 수묵화로 담아낸 『송만규 섬진팔경展』내달 5일까지 전주 소리문화전당에서 전시회를 연다.
송미경 기자  |  ssongmi15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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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5  10: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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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담마을 2014 120x215 순지에 수묵채색
   
▲ 왕시루봉 가을. 2017.140x200. 장지에 수묵채색
   
▲ 하동 송림 여름 2016.140x200 장지에 수묵채색

 섬진강의 아름다움과 편안함, 부드러움을 수묵화로 담아낸 『송만규 섬진팔경展』

 
“계단식 논에서 흐르던 물 한방울이 논두렁 사이로 흘러 물줄기가 되고 그 물줄기가 도랑을 이루며 결국에는 강물이 되고 계곡이 되죠. 강물은 혼자서 흐르지 않고 늘 주변을 끌어안으며 묵묵히 흘러가더군요”
25년간 섬진강 만을 그려온 송만규 화백이 내달 5일까지 전주 소리문화전당에서 전시회를 연다.
 
지난 1993년부터 순창 섬진강가에 작업실을 마련한 송화백은 섬진강 물을 먹물삼아 섬진강 만을 그려왔다.
묵언수행처럼 이어지는 새벽강가의 운무와 물방울 들, 그리고 사시사철 변해가는 강물의 움직임을 그려낸 섬진팔경은 임실 붕어섬과 구담마을, 순창 장구목, 구례 사성암과 지리산에서 내려다본 풍경, 광양 무동산, 하동 평사리와 송림공원 등이다.
그는 섬진팔경을 사계절 동안 걷고 또 걸으며 발과 눈으로 느껴왔고 그때 느낀 물결의 흐름을 한국화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되살려 32점의 대작을 완성했다.   /편집자 주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에서 발원해 정읍과 임실의 경계에서 갈담 저수지를 이루고 순창, 곡성, 구례, 하동을 거쳐 광양만으로 흘러들어간다. 섬진강의 길이는 225km이며, 강의 흐름이 완만하고 부드럽다 해서 누이 같은 강이라고 불린다.
섬진강은 역사의 강이기도 하다. 강 주변에 쌍계사,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같은 고찰이 있으며, 남원 광한루, 하동 악양정 같은 명소가 있다.
섬진강의 섬은 두꺼비 섬(蟾)자다. 고려시대 왜구의 침입이 있었을 때 수십 마리의 두꺼비 떼가 나타나 한꺼번에 울부짖으면서 왜구를 쫒아냈다는 전설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새벽강의 고요함으로 때로는 해발 1212m의 지리산 왕시루봉에서 바라본 장대함으로 섬진강을 오롯이 그려낸 송만규 화가.
그의 작품 안에는 섬진강에 기대어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섬진강 물에 온 생애를 부비며 사는 자연의 풍요로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오랫동안 섬진강에 붓을 담가 온 송만규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그가 뽑은 ‘섬진팔경’의 사계를 머금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송만규 화가는“왜 섬진강만 그리냐?”는 질문에 잠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는 한국화와 섬진강의 유사점이 많다고 한다. 섬진강은 지극히 겉으로 보기에 화려함을 물씬 풍겨내는 강 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포근하게 안아주며 고요하고 예쁜 강이라고 한다. 한국화가 지니는 소재들을 보면 그윽하게 풍기는 먹 향과, 먹을 은은하게 빨아들이는 한지, 예리하고 무디게 펼쳐지는 붓놀림이 섬진강을 더욱 아름답게 표현해 섬진강의 그림이 빛을 발한다고 한다.
 
“해가 지고 일손을 놓은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자 적막이다. 종일 뙤약볕에서 달리 몸은 저녁 숟가락을 놓자마자 텔레비전 볼 시간도 없이 그냥 곯아 떨어진단다. 그리곤 새벽 서너 시경이면 일어나나 보다. 앞집 구암댁이 수돗가에서 달가닥 거리는 소리가 난다. 팔순이 넘은 분이 일찍부터 무슨 일인가 싶어서 또 잠이 깬다...” (송만규 저서-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 中에서)
 
송만규는 섬진강을 차용하다, 아예 합일의 자세를 선택했다. 물방울에서 시작한 그의 사유는 커다란 강으로 확대돼 갔다. ‘움직이는 물’의 변화를 관찰하다, ‘움직이지 않는 산’을 함께 수용하면서, 섬진 팔경을 얻었다. 그래서 섬진강 실경은 송만규식 사유의 도해라 할 수 있다.
이들 작품은 현장에서 사생한 만큼 실감나는 현장성을 자아낸다. 드넓은 풍광을 한 화면에 담기위해 대개 부감법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시원스런 느낌을 갖게 한다. 더불어 화가는 섬진 자연을 독자적으로 조형화하려고 나름의 어법을 활용했다. 바로 대소의 괴량감과 소밀(疏密)의 조화, 그리고 담묵과 적묵 등 변화감을 주었다. 이렇게 하여 섬진강의 진면목을 화면에 담고자 했다. <윤범모-미술평론가. 동국대 석좌교수의 평론 中>
그의 작품은 삶을 반영하는 예술의 본분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평사리의 봄>은 지천으로 흐드러진 온갖 꽃들의 향연과 흙 알갱이 틈새마다 비집고 나온 생명들 그리고 그것에 힘을 주는 얼음 풀린 강물의 힘찬 움직임을 보여준다. 
사계절의 본질을 섬진강이란 주제를 통해 기록해내었던 시각은 <장구목>에서는 다르게 작동한다. 이른 봄의 풀들과 작은 돌덩이들 하나하나의 생명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봄날의 화사한 햇살 아래 섬진강의 돌덩이들은 서로 엉키고 기댄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가을날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본 장구목은 굽이치는 물결 속에서 바위 하나하나가 훤히 드러난다. 작가가 매일 산책길에 만나고 또 스케치를 하던 돌들이 아니라면 그 자리에 그렇게 자신을 드러낼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경험의 세계, 자신이 둘러본 그 세계를 세세히 전달해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관념이 아닌 일상의 세계며 동시에 삶의 부분이기에 생의 비밀에 다가서는 관찰의 결과이다. <조은정-미술평론가의 평론 中>
 
◆송만규 화가는 민주화투쟁의 현장출신이다. 80년대 변혁운동의 중심에서 민중미술을 알렸고, 전국민족미술협의회 중앙위원과 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 의장을 지냈다. 민미련 회원들이 집단 창작한 폭 77m 대형 걸개그림 ‘민족해방 운동사’ 슬라이드를 북에 보냈다는 이유로 수배를 당하기도 했다.
문민정부가 들어설 쯤 민민련이 해체됐고, 그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무런 대가없이 무심한 듯 곁을 내어 주는 섬진강에서 그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달았다.
훗날 중국 고대 사상가인 묵자(墨子)를 접한 작가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대동사회’를 이야기한 묵자의 핵심사상과 섬진강이 일치함에 주목했고, 현재 ‘한국묵자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송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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