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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이 생각한 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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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이 생각한 의전
  • 전민일보
  • 승인 2017.12.06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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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짚고 넘어갈 문제가 하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이해찬 특사에 대한 중국 측 의전과 함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팔을 잡는 모습이다. 그것은 양자 관계의 친밀함에 대한 표현도 아니고 유쾌하지도 않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중국 권력순위 200위권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왕이의 만남은 자연인의 관계가 아니다. 그것은 시진핑(習近平)이 이해찬에게 보여준 결례와는 또 다른 문제다.

다산 정약용은 [징비록의 사사(使事)에 대한 평]이라는 글에서 국가 간의 의전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임진왜란 직전 도요토미를 만나러 간 조선사신단 얘기다.

황윤길과 김성일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기 위해 궁에 도착해 교자를 타고 입궁한다.

그런데 이때 도요토미는 신하 두어사람만 배석 시킨 채 앉은 자리의 탁자 위에 떡 한 그릇과 옹자배기의 탁주만을 내놓는다.

두어 순배를 마신 도요토미가 안으로 들어가 편복을 입고 아이를 안고 나왔다.

아들이 오줌을 누자 도요토미는 웃으면서 시녀를 불러 아이를 맡기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외교사절을 앞에 두고 그 행동이 참으로 무례했던 것이다.

자신들은 안중에도 없는 그 모습을 보고 사신들은 물러나와 버렸고, 그후로는 도요토미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정약용은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바로 올바른 의전에 관한 것으로 그것은 비단 일본의 잘못만을 지적하고 있지 않다. 조선 사신단의 대응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약용은 먼저 이렇게 얘기한다.

“일본이 우리와 말다툼할 때를 당하여 황윤길은 짤막한 서장을 가지고 호랑이의 굴로 들어간 것이다. 그 전전긍긍 밤낮 두려워할 것은 오직 군명을 욕됨이 없게 하는데 있고, 또 군명을 욕됨이 없게 하고자 한다면 스스로 예의를 잃지 않아야 한다.”

다산은 먼저 조선 사신이 교자를 타고 도요토미의 궁으로 들어간 것에 대해 비판한다.

정약용의 얘기다. “관백은 일본의 임금이니 우리나라 임금과 격이 같다. 명분과 의리에 해로움이 없는 예는 감히 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관백을 일본의 대신으로 여긴 것인가. 윤길은 3품관이다.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3품관은 감히 높은 수레를 타고 대신(大臣)의 문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중략) 또한 어찌하여 그 문에 이르러 수레에서 내려서 몸을 굽히고 머리를 숙여 조심스럽게 입궁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우리나라의 예로 입궁하였는데도 저들이 비례로 접대한다면 우리나라의 예를 들어 책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하였다면 어찌 그 말이 엄격하고 의리가 정당하지 않았겠는가.”

정약용은 조선 사신의 의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고 있다.

“나라 임금이 이웃 나라의 국빈을 접견할 때 모시는 신하가 두어 사람에 불과함은 예가 아니며, 나라 임금이 이웃 나라의 국빈에게 음식 대접을 할 때 떡 한 그릇에 술 두어 잔으로 함은 예가 아니다. 또 나라 임금이 이웃 나라의 국빈을 접견하여 그 예가 끝나기 전에 훌쩍 일어나 안으로 들어감은 예가 아니고, 안으로 들어가 편복을 입고 아이를 안고 나오는 것도 예가 아니며, 아이가 오줌을 누자 시녀를 불러 맡기는 것도 예가 아니다.”

조선과 일본 모두 서로에 대한 의전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는 정약용의 지적은 가볍지 않다. 그 얼마 후 있을 비극의 전조가 거기서부터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약용은 황윤길에 대한 준엄한 비판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저들이 비례로 우리를 접대하는데도 우리는 곧 두려운 마음으로 땅에 엎드려 감히 말 한마디 입 밖에 내고 말 한마디 서로 교환하여 군명을 높이고 국가의 체통을 유지하지 못하였으니, 어찌 옳겠는가. (중략) 접견례가 끝나기도 전에 안으로 들어가 편복 차림으로 아이를 안고 나와 시녀를 불러 맡기는 것은 우리를 노예로 대접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윤길은 묵묵히 한마디 말도 없이 물러나왔으니 이것이 무슨 꼴인가.”

왕이의 무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거기에 한국과 중국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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