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티파니인가요? 네, 여기는 티파니가 아니고요, 아름다운 보석의 도시 익산입니다. 아! 보석의 도시라고요? 제대로 찾았네요. 저기요, 어여쁜 신부에게 드릴 진주 목걸이를 만들어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마침 비밀의 화원에 가는 길인데요. 거기 보석이 많이 열려있어요. 진주목걸이를 원하시면 작살나무에게 부탁해 볼게요. 작살나무는 봄에 연보랏빛 꽃을 피운 후에 가을이 되면 우윳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진주와 연보랏빛 진주를 주렁주렁 맺는답니다. 혹시 붉은 보석은 필요하지 않으세요? 감탕나무 밭에 가시면 낙상홍 열매가 붉은 보석을 알알이 맺고 있답니다. 하얀 솜털구름을 곱게 수놓은 파란 가을 하늘빛 보자기에 낙상홍 열매를 소담하게 담아 바라보시면 홍보석이라고 하는 루비는 비할 바가 아니지요. 어여쁜 신부에게 물방울다이아몬드도 선물해 드리고 싶다고요? 그러면 안개가 짙게 드리워졌다가 살며시 걷힌 새벽녘이나 밤새 가을비가 내렸다가 갠 아침나절에 비밀의 화원에 가보세요. 물방울다이아몬드가 나뭇잎 끝에 영롱하게 맺혀 있답니다. 정말 순도 높은 물방울 다이아몬드이지요. 아무런 흠도 없고 투명하여 그대의 눈망울과 푸른 하늘까지 비취는 보석이랍니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수목원에 드니 보석이 잔뜩 쌓여 있는 알라딘의 동굴에라도 들어선 듯 각종 수목들이 보석같은 열매를 주렁주렁 맺고 있었다. 작살나무에는 진주 같은 열매가 주렁주렁 맺혀 있었고, 낙상홍은 붉은 보석이 알알이 맺힌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장미과의 피라칸타열매엔 이슬이 맺혀,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고귀하신 옛 황후의 귀고리처럼 매달려 있었다.
수목원에는 화려한 가을 보석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보석축제의 마당에는 알록달록 만국기가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화살나무가 큐피트의 화살촉을 겨드랑이에 지니고 있다가 스스로 사랑을 이루려 자신의 가슴에 화살을 명중시켰는지, 온 몸을 붉게 물들여 핏빛처럼 붉은 단풍을 축제의 만국기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화살나무는 노박덩굴과의 관목으로서 매끈한 형태의 보통 나뭇가지와는 그 생김새가 매우 다르다. 나뭇가지에 화살촉 같은 날개를 달고 있다.
아름답고 감미로운 사랑의 화살이지만 타인의 가슴에 차마 날카로운 화살을 겨눌 수 없어서 자신의 가슴에 화살을 쏘아 가을제전의 희생양처럼 보배로운 선혈을 쏟아서 화살나무는 나뭇잎을 고운 단풍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 붉은 빛은 가을 제전의 첨탑위에서 성화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또한 그 빛은 불멸의 영혼을 가진 인간을 동경하였던 인어공주가 사랑하는 왕자의 가슴에 비수를 꽂지 못하고 스스로 물거품이 되어버린 인어공주의 애틋하고도 숭고한 사랑의 빛인 듯도 하였다.
수목원의 가을 보석축제의 테마는 “드높은 사랑과 꿈” 이었다.
산비둘기는 감탕나무밭에서 낙상홍의 사랑의 붉은 열매를 입에 따서 물고 가을동산에 사랑의 서신을 전달하는 전서구의 배역으로 분주하였고, 화살나무는 제 가슴에 화살을 꽂는 살신성인의 “숭고한 사랑”이 수놓아진 선홍빛 깃발을 가을 하늘아래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작살나무의 진주같은 열매와 나뭇잎 끝에 맺힌 물방울다이아몬드는 맑고 소박하지만 고귀한 꿈을 가진 이에게 한없는 기쁨을 주는 가을 보석 축제의 장이었다.
잠시 짬을 내어 그 곳에 가보시면 어떨까요? 가을 보석 축제 이벤트의 주인공으로 반갑게 맞아 드릴 거예요.
소현숙 전북도여약사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