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가격 올랐지만 소형 트럭 갖고 나타난 '꾼'...싹쓸이
일감이 줄어드는 겨울을 앞두고 ‘길거리 일터’에 나서는 노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8일 전주시 호성동에 위치한 한 고물상에 폐지를 팔러 온 박모(79)씨는 이틀 내내 폐지를 주워 겨우 1만2000원을 손에 쥐었다.
박 할머니는 이마저도 '운좋게 맥주병과 음료수병 등 빈병 무더기를 발견한 덕'이라고 말했다.
새벽에 집을 나서 감기까지 걸려가며 고되게 일했지만 일당 1만원도 벌지 못한 셈이다.
폐지가격은 최근 1㎏당 140원으로 가격이 상승했으나 이와 함께 차로 폐지를 싣는 전문 폐지 수집 '꾼'이 나타나면서 폐지줍기 노인들의 하루벌이는 녹록치 않다.
한 고물상 주인은 "유모차 등 작은 수레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들은 평균 하루 4000~5000원을 번다"며 "날씨가 추워지면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아 폐지를 팔러오는 노인들이 반 이상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이들도 겨울나기가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 26만5000여 명 중 12%(3만1300여 명)가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일자리 수요가 커지며 올해 일자리사업 경쟁률도 치열했다.
이 사업으로 일자리를 제공받은 노인들에게는 하루에 3시간 미만, 월 30시간 근무하는 것을 기준으로 월 27만원이 지급된다.
이들은 숲 해설사 등으로 나서 자신의 경륜을 전수하거나, 비교적 도움이 더 필요한 노인을 돕는 '노노케어', 공공시설이나 공원 환경정리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입된다.
하지만 혹한기로 분류되는 12월이 되면 대부분의 노인일자리사업도 잠시 중단된다.
이에 이달말 사업이 종료되면 다시 시작되는 내년 3월까지 매월 27만원의 고정수입이 끊기게 된다.
노인 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모(72)씨는 "기초연금으로는 난방비나 약값을 부담하기에 너무 벅차 겨울이 오는 것이 무섭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년층의 75%는 성인자녀와의 동거를 원치 않고 있다. 또 노후부양의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2006년 67.3%에서 2014년 35.7%로 떨어졌다.
이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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