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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장은 새 그릇에 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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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장은 새 그릇에 담아라
  • 전민일보
  • 승인 2017.09.22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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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들은 옛날 것이라면 그게 사람이든 물건이든 일단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거나 ‘구닥다리’로 여기는 추세이다.

집안에 있는 족보부터 시작해서 명절에 찾는 산소의 비문까지 그들에겐 온통 ‘난해한 고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학교의 교실에서도 한문 시간은 ‘잠자는 시간’으로 낙인이 찍혀 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전혀 흥미가 당기지 않는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리라.

실제 생활에 효용 가치가 없으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인데, 한자와 한문을 통용하던 시대에 형성된 문화와 유산들이 여전히 살아남아 느긋한 호흡을 하면서‘전통(傳統)’이라는 가치를 휘발(揮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도 한자 문명은 여전히 건재하고 나날이 변모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굳이 ‘뿌리 깊은 나무’ 따위의 비유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깨진 장독 뚜껑 하나에는 한 자락의 파노라마가 배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옛것이라고 해서 처음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건 드물다.

전부 어떤 식으로든 세월 따라 부침을 겪으면서 조금씩 변모하고 달라진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옛날에도 ‘전통적인 것’이 사라지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새로운 사회의 여건에 맞도록 다듬고 고쳐왔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한자 교육도 ‘하늘 천, 따 지’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오늘날 신문이나 방송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한자 순으로 ‘21세기 천자문’을 새롭게 만들어서 한자에 흥미를 갖도록 시도하고 아이들의 미래에 실용적인 지식이 되도록 교육해야 맞다고 본다.

또 유행가를 예를 들자면,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를 위시하여 고조선 이후로 서민들의 사랑과 애환을 담은 노래의 가사들이 죄다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남녀가 만났다가 헤어지고 민초들의 울고 웃는 삶의 드라마가 고스란히 흑백 활자로 전해지고 있으나 이러한 보물들이 아쉽게도 대부분 도서관에 사장되어 있는 실정이다.

대중성이 강한 이런 보물부터 젊은 이들의 취향에 맞게 리바이벌 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은가?

묵은 장은 새 그릇에 담아야 맛깔이 나는 법이다.

김동현 임실말목서당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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