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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지의 변신은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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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지의 변신은 유죄
  • 전민일보
  • 승인 2016.12.02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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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필코 시간을 내 엄마를 모시고 이미 겨울이지만 아직은 ‘늦가을’이라고 박박 우기며 미뤄둔 산책을 시켜드리리라...

이렇듯 나름 효녀심청 코스프레를 해가며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던 나의 전의는 일명 ‘뽁뽁이’앞에서 사정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아파트 전체 창문마다에 뽁뽁이를 붙여 둬야 올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며 엄마는 큰 맘 먹고 시간 낸 막내딸의 효심 비스무레 따위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뽁뽁이를 붙이는 손놀림을 잠시도 게을리 하지 않으신다.

옛 어른들은 찬바람이 분다 싶으면 ‘창호지’로 추운 겨울나기 채비를 했더란다.

유난히 추운 겨울, 난방비 절감차원에서 애용되던 창호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구멍이 나 있는데 그 미세한 구멍으로 빛과 바람이 드나 들 수 있어 공기 정화까지 책임지는 그야말로 과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기특한 창호지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억울한 일이 생겼으니....

요즘 우리사회는 사상초유의 국정농단사건인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집단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위에 군림하면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작금의 현 세태에 무려 190만 명의 국민이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지만 번번이 묵묵부답, 돌아온 건 국회가 퇴임 일자를 정해달라는 이른바 무늬만 3차대국민담화라는 뜬구름 같은 얘기일뿐.

때문에 이 중심에 우리가 눈여겨봐야할 또 한 명의 남자가 있다.

서울대 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서 만 20살의 나이로 당시 최연소 합격을 해 세간을 놀라게 했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청와대 10개의 수석 자리 중 가장 실세로 평가받는 민정수석은 측근과 고위 인사의 인사검증을 책임지는 자리로 권력의 한 축에 서있기 위해선 반드시 우 전 수석의 평가를 거쳐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았던 우병우 전 수석의 권세는 우 전 수석 처가와 게임업체 넥슨의 강남땅 거래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시작으로 서서히 무너질 기미를 보였고 급기야는 사상초유의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검찰에 출두, 횡령혐의를 묻던 여기자를 쏘아보는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이는가하면 조사 도중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과 그의 앞에서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있는 현직 검사들의 사진이 일간지 1면을 장식하며 끝을 보이기 시작한다.

국민들의 분노와 항의는 고스란히 검찰청으로 전해졌고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필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의 생각은 같았다.

상처받은 검찰에 대한 불신과 국민적 실망감을 감안해서라도 검찰의 태도에 미묘한 자정의 목소리라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없었다. 아니 그냥 없는 것도 아닌 한 마디로 택도 없었다.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검찰청 조사실 창문엔 난데없이 ‘창호지’가 붙여졌다.

밖에서는 절대로 안을 볼 수도, 더더구나 사진촬영은 꿈도 꾸지 못하도록 창문에 불투명 창호지가 붙여진 것이다.

선조들은 바깥의 바람과 날씨를 그대로 전해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창이라고 여겨 즐겨 발랐던 그 창호지를 검찰에서는 불통과 불투명의 매개체로 내세웠던 것이다.

물론 검찰청사 분위기를 창호지를 이용해 갑자기 고전적으로 바꾸고 싶어서였다고 하면 할 말 없다. 내친김에 검찰 청사를 아예 한옥으로 리모델링하겠다고 나선대도 이 또한 할 말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제 곧 출격하게 될 특검에 희망을 거는 것이리라. 그곳에선 조사 하는 자와 받는 자가 역할이 바뀌어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없을 것이며, 아예 대놓고 감출게 있다고 창문을 가려버리는 일도 없을 테니까.

오늘 필자는 검찰 청사를 가렸던 창호지에게 다소 미안한 판결을 내리려한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지만, 창호지의 변신은 유죄라고!

홍현숙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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