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6 21:28 (금)
[온고지신] 사람은 자기가 본대로만 믿는다
상태바
[온고지신] 사람은 자기가 본대로만 믿는다
  • 전민일보
  • 승인 2016.01.20 1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非知之難也處之則難也

“진실을 아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아는 것에 대처하는 게 어렵다”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때 송(宋)나라에 부자가 있었습니다. 부자라서 아주 큼직한 집을 짓고 살았는데, 어느 여름날 비가 내려 그 집의 담장이 무너졌습니다.

담장이 무너지자, 그 집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담장을 고치지 않으면 틀림없이 도둑이 들 것입니다.”

그 이웃집 노인도 그 집 아버지를 찾아와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밤이 되어 과연 두 사람의 말대로 도둑이 들어와 재물을 몽땅 훔쳐가 버렸는데, 그런 일을 당한 그 집 사람들의 말이 재미있습니다.

똑같은 말을 했는데, 그 집 아들은 대단히 지혜롭다고 여기면서 이웃집 노인은 의심하는 겁니다. 이 두 사람이 말한 내용은 모두 맞는 말인데, 한 사람은 칭찬받고 다른 한 사람은 의심을 받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한비자(韓非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진실을 아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아는 것에 대처하는 게 어렵다.(非知之難也處之則難也)

세 사람이 숲속에서 밤을 함께 지낸 뒤, 지난밤의 경험을 서로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이 말했습니다. “멋있었어! 달이 떠올랐지. 숲에 사는 작은 야생동물들이 다 내 곁으로 몰려드는 거였어. 어미 새 소리는 어찌나 아름답던지, 환상이었어!”

두 번째 사람이 말했습니다. “아주 무시무시했어. 달이 숲을 대낮처럼 환하게 비춰대는 바람에 한숨도 못 잤지.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이지, 덩치 큰 사나운 짐승들까지 여기저기서 으르렁대는 거였어. 늑대가 공기를 찢을 듯이 울어대는데, 배가 고팠던 게 틀림없어.”

세 번째 사람도 말했다. “별일 없었어. 잘 잤고, 날이 밝자 눈을 떴지. 끝이야.”

데이비드 바움이 쓴 「바보는 변했다고 하고 현자는 변하자고 한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세 사람이 똑같은 숲속에서 똑같은 밤을 보냈지만, 그들이 인식한 것은 달랐다는 겁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처지에서만 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봅니다. 그리고 자신이 본 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합니다. 저마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근거하여 사실을 해석하고 수용하기 때문에 똑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만 봅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것입니다. 자기 처지에서만 보기 때문에 자기 처지가 자기의 세계인 것입니다. 자기의 인식이 진실이 되고 실체가 되다보니, 자신의 처지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커다란 장벽을 만듭니다. 자기의 주장만 옳다고 고집 피우게 되고 독단을 부리게 되면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싸우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바람직한 게 아닙니다. 바람직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자기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다른 관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한 걸음 물러나서 좀 더 높은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최현숙 사회복지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맥주집창업 프랜차이즈 '치마이생', 체인점 창업비용 지원 프로모션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