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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혀(舌)와 정치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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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혀(舌)와 정치인의 말
  • 김민수
  • 승인 2007.05.27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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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혀(舌)와 정치인의 말
신 영 규/수필가 자유기고가

 사람의 입(?)은 음식을 먹고 말(?)을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말은 혀(舌)에서 나온다. 이 세치 혀로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이란 한 치의 쇠붙이로 살인한다는 뜻으로, 날카로운 경구로 상대편의 급소를 찌름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오늘날 간단한 한 마디 말과 글로써 상대편의 허를 찔러 당황하게 만들거나 감동시키는 그런 경우를 가리켜 ‘촌철살인’이라고 한다. 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말이 가지는 위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우리는 때로 자신에 대해 비관적인 표현을 곧잘 한다. 긍정적인 말은 제쳐놓고 부정적인 말에 힘을 싣는다. 이처럼 부정적인 태도는 삶을 혼란스럽게 하며 결국은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파괴한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은 ‘죽겠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배고파 죽겠다. 배불러 죽겠다. 심심해 죽겠다.’ 때로는 ‘재밌어 죽겠다. 웃어죽겠다.’ 또한 짜증나 죽기도 하고 외로워 죽기도 한다. 어떤 때는 추워 죽고 더워 죽는 때도 있다. 아무튼 생각 없이 불쑥 내뱉고 있는 ‘죽겠다’라는 말, 역설적이긴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죽었을까. 물론 ‘죽고 싶다’는 말은 ‘살고 싶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죽고 싶다’는 말에는 살고 싶어서 죽고 싶다는 말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현재의 우리’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말을 통해 상대와의 관계를 좋게 하거나 뒤틀어 놓는다. 말은 자신의 품격을 높일 수도 있지만 자신에 대한 깊은 환멸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말은 창조하거나 파괴하는 힘을 지닌다. 말은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기도 하나 또한 죽이기도 한다. 말은 품위를 높여주기도 하나 떨어뜨리기도 한다. 말은 안전한 인도자가 되어주기도 하나 파멸의 길로 이끌기도 한다. 

 요즘 일부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생각 없이 쏟아낸 말을 들어보면 이것이 말인지 막걸리인지 아리송할 때가 있다. 한나라당의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장애인 무시 발언에 이어 ‘노조비하’ 발언으로 또다시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전 시장은 한 초청강연에서 “대학교수들의 노조를 만들기 위한 법안이 국회 상임위의 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도대체 대학교수란 사람들이 노조를 만들겠다니, 교육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말해 민노총과 민노당 그리고 교수노조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규칙을 둘러싼 내분과정에서 서로 “못 믿을 사람”이라고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쪽은 이명박 전 시장을 가리켜 ‘기본적으로 장사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모든 판단 기준이 돈과 이익이고, 실리라면 뭐든지 덤벼드는 위험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 전 시장측은 박 전 대표를 가리켜 “참 못된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런데 최근 석호익 국책연구기관의 원장이 공개강연 석상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진화했다. 여성은 ‘구멍’이 하나 더 있지 않느냐”라는 발언을 해 또 물의를 빚고 있다. 이 같은 발언은 여성의 성기를 지칭한 것으로 전달돼 일부 여성 참석자들이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분명 이 말에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몸’이나 ‘성적인 대상’으로 환원시켜 보려는 잠재의식이 반영돼 있는 듯한 말이라고 본다. 어디 이뿐인가. 지난해 7월 호남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러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효선 경기도 광명시장이 이번에는 미국에서 흑인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워싱턴 DC에 갔더니 검둥이들이 득실득실 하더라. 그 무서운 데서 어떻게 사나”라고 말했다는 것.

 인간은 ‘말’을 만들고 ‘말’은 인간을 만든다. 우리는 말을 함에 있어 상대에게 기쁨의 말, 사랑의 말, 칭찬의 말, 지지의 말, 응원의 말, 감사의 말을 해야 한다. 특히 정치인의 말은 국민에게 신뢰를 주어야 하며 실천하지 못할 말은 함부로 해선 안 된다. 인간관계나 공동체의 분쟁을 일으키는 시발점은 바로 ‘생각’과 ‘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말은 그것이 곧 정치(政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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