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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눈높이 맞춤식 가르침의 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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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눈높이 맞춤식 가르침의 본보기
  • 전민일보
  • 승인 2015.10.05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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求也退 故進之 由也兼人 故退之

“구는 머뭇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까닭에 나아가도록 한 것이고

유는 잘 나서서 남의 몫까지 하기 때문에 후퇴시킨 것이다”

「논어」선진(先進) 편을 보면,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가 “옳은 일을 들으면 그것을 실행합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부모와 형이 살아있는데 어떻게 옳은 일을 들었다고 실행하겠느냐?”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염유가 자로와 똑같이 “옳은 일을 들으면 그것을 실행합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옳은 일을 들으면 실행해라.”고 대답합니다.

두 제자가 똑같은 말로 물었는데, 한 제자에게는 들은 대로 실행하지 말고, 다른 제자에게는 들은 대로 실행하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똑같은 질문에 서로 반대되는 대답을 한 것입니다. 곁에 있던 제자들로서는 헷갈리지 않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공서화(公西華)라는 제자가 나서서 말합니다.

“유(由)가 옳은 일을 들으면 실행해야 하느냐고 여쭈었을 때는 선생님께서 아버지와 형이 살아있다고 하시고, 구(求)가 옳은 일을 들으면 실행해야 하느냐고 여쭈었을 때는 선생님께서 옳은 일을 들으면 곧 실행해라고 하시니, 제가 헷갈려서 감히 그 까닭을 여쭙습니다.”

공서화로서는 당연한 질문인데, 그런 물음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구(求)는 머뭇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까닭에 나아가도록 한 것이고, 유(由)는 잘 나서서 남의 몫까지 하기 때문에 후퇴시킨 것이다.(求也退 故進之 由也兼人 故退之)

배우는 대상의 성격과 자질에 맞춰서 가르침을 베푸는 공자의 교육방식이 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구(求)는 염유의 이름(名)이고 유(由)는 자로(子路)의 이름(名)입니다.

옛날에는 사람을 가리킬 때 이름(名) 부르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에 이름(名) 대신 자(字)를 불렀습니다.

그래서 염구라는 이름 대신 염유라는 자(字)를 썼고, 중유(仲由)라는 이름 대신 자로(子路)라는 자(字)를 썼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을 부르거나 스승이 제자를 부를 때는 이름(名)을 불렀기 때문에 공자는 두 제자를 구(求)와 유(由)로 불렀던 것입니다.

자로와 염유는 스승인 공자가 “정사(政事)에는 염유와 자로가 있다.”고 말한 제자들입니다. 자타가 인정하는 행정전문가라는 것입니다.

자로는 군사관계의 전문가이고, 염유는 세무 분야 전문가로 손꼽혔기 때문에 당대 권력자들이 공자의 제자들 가운데 자로와 염유를 탐냈습니다. 그들의 전문기술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자로는 자타가 ‘용맹스럽다(勇)’고 인정한 제자입니다. 씩씩하고 호방하였기에 공자는 그의 결단력과 단호함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너무 잘 나서서 남의 몫까지 하려는 행동 제일주의 때문에 공자는 자로의 적극 실천을 만류한 것입니다. 반면에 세무 분야 전문가로서 염유의 성격은 그에 걸맞게 꼼꼼하고,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식이었기 때문에 공자는 ‘꼼지락거리는 뒤로 빠지려는(退)’염유의 성격을‘앞으로 나아가도록(進)’ 터주는 쪽으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요즘말로 하면, 눈높이 맞춤식 가르침의 본보기라 하겠습니다.

홍종원 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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