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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꼭 장가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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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꼭 장가가고 싶습니다
  • 전민일보
  • 승인 2015.10.02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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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심부름을 하려고 시내에 있는 전도사님 댁으로 향했다. 경기장을 지나 롯데백화점을 앞두고 신호에 걸렸다. 왼쪽에 있는 모 타이어 점에 걸린 현수막에 쓴 문장이 눈에 애절하게 들어왔다. “올해는 꼭 장가가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그리고 프랭카드에 쓴 “젊음을 무기삼아 열심히 살겠습니다.” 라는 패기 있는 문장이 신뢰감을 더해 주었다. 이런 문장을 독해하면 타이어 점 사장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젊은 사람이 분명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 유행하는 말 가운데 “헬 조선”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지옥을 의미하는 ’Hell‘ 과 ’조선‘을 합성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이 지옥에서 사는 것처럼 힘들다는 의미와 우리나라 사람이 가진 시민의식이 선진국 같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입시경쟁을 지독하게 겪고 대학시절 스펙을 쌓느라 힘들게 노력해도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을 일컫기도 한다. 게다가 취업을 해도 야근과 회식, 군대식 기업문화에 적응해야 하고 녹록하지 않은 현실을 살아야 하는 것을 비꼬고 있다.

젊음만큼 큰 무기는 없다. 인생에서 젊음 자체가 자원이고 희망이다. 젊었을 때 사회활동을 가장 도전적이고 의욕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젊은이가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암울하다.

특히 일자리가 없어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할뿐더러 좌절과 절망 속에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세대가 되고 말았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도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되어 문을 닫고 있는 형편이다.

오죽했으면 “올해는 꼭 장가가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절규하고 있을까. 이 말이 단순히 동정이나 연민에 호소하는 오류로 들리지 않는 것은 “젊음을 무기삼아 열심히 살겠습니다.”라는 말로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침은 타이어 점 젊은 사장의 개인적인 외침이 아니라 이 나라 대다수 젊은이의 처절한 절규이다.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일할 곳으로 출근하여 직장에서 열정을 쏟고 퇴근길에 동료들과 콩나물국밥이나 순댓국을 먹으며 회포 푸는 것을 꿈꿀 것이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아빠와 엄마가 되고 싶을 것이다.

누구나 꾸는 이러한 꿈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 이제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따는 것처럼 힘들고 아득한 것이 되었다. 배경있고 힘 있는 사람 자녀나 유력정치인 그늘 아래 있는 사람은 원하는 자리를 잘도 차고 들어간다. 일평생 낙하훈련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람이 낙하산을 타고 좋은 자리에 잘도 착지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 가운데 “흙수저”라는 말이 있다. 자산 1,000억에 가구 연 수입이 30억에 이르는 사람을 플래티늄 수저라 하고, 자산이 5,000만원에 가구 연 수입이 2,000만원에 이른 사람을 플라스틱수저라 한다. 흙수저는 이보다 못한 사람을 말한다.

“헬 조선”이나 “흙수저”는 장기적인 불경기 상황에서 나온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말이다. 이 말은 한참 꿈을 꾸며 살아야 할 젊은이가 처해 있는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꼭 장가가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더 간절하게 들린다. “젊음을 무기삼아 열심히 살겠습니다.” 란 말이 더 희망적으로 들린다.

뒷바퀴 타이어를 교체할 때가 되었는데 첫눈이 오면 갈려고 차일피일 미뤄 왔다. 계획을 좀 앞당겨야겠다. 이 간절하고 희망적인 문장이 절망적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창조경제를 창조해내야 한다.

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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