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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의심나면 쓰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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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의심나면 쓰지마라
  • 전민일보
  • 승인 2015.08.24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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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 감독

 
疑人不用用而不疑

“의심나면 쓰지 말고 쓰면 의심하지 말라”

장작림(張作霖)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적단 출신의 군인 겸 정치가로 1919년경부터 1927년까지 중국 동북지역의 실권을 장악했던 인물입니다. 동북왕(東北王)으로 일컬어질만큼 그릇이 컸던 인물인데, 그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철저히 지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의심나면 쓰지 말고, 쓰면 의심하지 말라.(疑人不用用而不疑)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로 인데, 한 번 기용한 사람은 끝까지 믿고 맡기라는 말입니다. 그는 한 번 맺은 인연을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신임하던 사람을 내치면 남들이 내 안목을 비웃는다. 아무리 측근이라도 잘못을 범하면 과감히 버린다며 단호함을 과시하는 사람이 많다. 체면이 얼마나 손상되는지를 모르는 바보들이다. 이런 조무래기들을 떠받들다간 신세 망친다.”

1918년, 독일이 제1 차 세계대전에서 패했다. 독일 군수산업의 명문 크르푸가(家)의 병기창은 기계를 해외시장에 내놨습니다. 판매를 위탁받은 네덜란드 무기상은 상하이 신문에 광고를 냈고, 신문을 본 장작림은 공병청장 한린춘(韓麟春)을 상하이에 파견했습니다.

상하이에 간 한린춘은 넋을 잃었습니다. 한 집 건너 도박장인 겁니다. 살벌한 인간 세상에 그런 별천지가 없었습니다. 기계 구입자금을 탕진한 한린춘은 장작림에게 편지를 보내 이실직고했습니다. “도박장에서 자금을 날렸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도박에 도가 통한 듯합니다. 득도한 선인들의 기분이 어땠을지 짐작이 갑니다. 여한이 없습니다. 황포 강에 투신하겠습니다.”

편지를 읽은 장작림은 한바탕 욕을 늘어놓더니 “내 부하 가운데 득도한 놈이 생겼다.”며 포복절도하더니, 황급히 군수처장을 말했습니다. “내가 사람을 제대로 보냈다. 빨리 100만원을 들고 상하이에 가서 한린춘을 만나라. 반은 도박에 쓰고 나머지 반으로 기계를 구입하라고 해라. 강물에 뛰어들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라. 감기라도 걸리면 도박장에서 판단이 흐려진다. 한린춘이 도박에 열중하는 동안 너는 옆에 앉아서 심부름만 해라.”

다시 도박장에 간 한린춘은 본전의 네 배를 따자 손을 털었습니다. 딴 돈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기계구입에 사용했습니다.

한린춘이 선양에 도착하는 날, 장작림은 직접 역에 나가 “너 같은 부하를 둔 게 영광”이라며 연신 엉덩이를 두드려줬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얘기 같지만 ‘중국의 크르푸’라 불리던 선양병공창(瀋陽兵工廠)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장작림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인데, 그렇게 배장이 두둑한 인물도 1928년에 일본관동군(日本關東軍)이 기차에 설치한 화약의 폭발 사건으로 죽음을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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