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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비록 첩(妾)의 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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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비록 첩(妾)의 몸이지만
  • 전민일보
  • 승인 2015.07.0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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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 감독

 
先民有言 詢于芻蕘

“옛 사람들 말에 나무꾼과 목동에게도 물으라고 했네”

영척(甯戚)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춘추시대 위(衛)나라 사람으로 집안이 가난하여 남의 수레를 끌어주면서 살다가, 제(齊)나라 환공(桓公)에게 등용돼 대부(大夫)가 된 사람입니다.

영척(甯戚)이 대부로 등용되기 전입니다. 그는 환공(桓公)을 만나기 위해 마부가 되어 제나라 동문 밖에 수레를 대기하고 있다가, 환공이 관중과 함께 시정을 살피려 나오자 쇠뿔을 두드리며 구슬프게 노래했습니다.

노래가 너무 구슬퍼서, 다 듣고 난 환공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관중에게 물었습니다. “저 노래 가운데 ‘도도하구나! 밝게 빛나는 아름다운 큰물이여!’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이오?”

관중이 누구입니까? 환공(桓公)을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覇者)로 만든 재주꾼 아닙니까? 그런데도 환공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 그는 닷새 동안이나 조정에 나가지 않은 채 상심에 잠겨있자, 그의 첩(妾)인 정(?)이 물었습니다.

“재상께서는 닷새 동안이나 조정에 나가시지 않고, 얼굴엔 근심마저 서려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나랏일 때문입니까? 아니면 재상 개인의 일 때문입니까?”

첩이 묻자 관중은 “당신이 알 것 없소.”라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여자가 뭘 안다고 나서느냐하는 겁니다.

그러자 정이 다시 “저는 늙은이라고 늙었다고 대하지 말고, 천하다고 천하게 대하지 말라고 들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뭔가 의미가 있는, 예사롭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한 관중은 비로소 정색을 하며 왜 그러냐고 묻자 정이 대답합니다.

“옛날 태공망(太公望)은 나이 일흔에 조가(朝歌) 거리에서 소 잡는 일을 했고, 여든에는 천자의 스승이 되었으며, 아흔에는 제나라 제후로 봉해졌습니다. 이것으로 본다면, 늙은 사람이라고 해서 정말 늙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윤(伊尹)은 유신씨의 딸이 은나라 탕 임금에게 시집갈 때 잉신으로 따라온 남자였습니다. 탕 임금이 그에게 삼공(三公) 자리 하나를 내어주니 천하를 다스려 태평스럽게 했습니다. 이것으로 본다면 천하다고 과연 천하게만 볼 수 있습니까?”그러면서 「시경」에 나오는 한 구절을 들려주었습니다.

옛 사람들 말에 나무꾼과 목동에게도 물으라고 했네. (先民有言 詢于芻蕘)

관중은 자신의 교만함을 부끄러워하며 자신의 고민을 말하자, 정(?)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웃으며 “그것은 영척이 관직을 맡고 싶다는 뜻이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관중은 기뻐하며 조정에 나가 환공에게 영척의 뜻을 알렸고, 환공은 영척을 재상으로 삼았더니 제나라가 더욱 잘 다스리려졌다고 합니다. 이에 사람들은 정(?)이 비록 첩(妾)의 몸이지만 함께 의논할 만하다고 칭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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