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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하늘은 아무말도 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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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하늘은 아무말도 하지 않지만
  • 전민일보
  • 승인 2015.06.05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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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덕 원광대학교 강사

 
天何言哉四時行焉百物生焉天何言哉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사계절이 운행하고 만물이 살아가지만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 앞에서 느닷없이 “나는 앞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듯 말합니다.

어떤 이는 공자가 그 당시 정치에 몹시 절망한 나머지 화가 나서 그랬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공자가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없는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보고 침묵을 선언한 것이라고 합니다.

말은 나의 주장을 담은 것이고, 나의 주장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담은 것입니다. 말을 하지만 그 말이 세상에 흩어져 아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합니다.

말을 많이 했지만 이루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자가 침묵을 선택한다는 뜻은 두 가지일 겁니다.

하나는 메아리 없는 외침에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개인 고백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침묵의 언어로 세상을 운영하는 하늘에 대한 모방입니다. 제자들은 그런 스승의 복잡한 심사를 모른 채, 스승이 침묵하겠다는 선언에 당황하다가 마침내 자공이 나섭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면 저희 제자들은 무엇을 기록해서 전하겠습니까?”

선생님이 말씀하지 않으시면 우리 제자들은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겁니다. 공자가 말을 하지 않으면 공자의 도(道)를 기록하여 전하려는 제자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겁니다.

그런 자공에게 공자가 하늘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사계절이 운행하고 만물이 살아가지만,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天何言哉四時行焉百物生焉天何言哉)

사계절이 운행하고 만물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 알지 않느냐? 모두 하늘이 작용하는 증거라는 것을 말하지 않고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성인의 동작 하나하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들 모두 오묘한 도(道)와 정밀한 의(義)가 드러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의미에서 하늘과 같은 것이니, 어찌 말을 기다려서 드러나겠습니까?

하늘을 보십시오. 하늘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지만 때가 되면 계절이 바뀌고 생물이 생장하고 소멸하는 사이클을 보입니다. 하늘은 말하지 않지만 세상을 풍부하게 만듭니다.

공자가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일차로 자신의 행실로 보여주겠다는 뜻입니다. 공자의 목적은 하늘의 뜻을 이어받아 사랑(仁)을 실천하는 것인데, 사실 그것은 말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인(仁)은 남과 나를 구별하지 않고 남을 나처럼 사랑하는 것이지만, 말은 남과 나나 이것과 저것을 구별하는 것이므로 말로서는 인(仁)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자공처럼 재주가 있고 말을 잘하므로 그를 깨우친 것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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