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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하지 않을 걸 먼저 생각하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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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하지 않을 걸 먼저 생각하는 지혜
  • 전민일보
  • 승인 2015.05.22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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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영 전주교대 평생교육원 교수

 
有不爲知所擇也

“하지 않는 게 있다는 것은 가릴 것을 아는 것이다”

맹자(孟子)는 “사람은 하지 않는 게 있은 뒤에야 하는 게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해서, 다 하려고 대들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은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자(程子)는 맹자의 이 말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하지 않는 게 있다는 것은 가릴 것을 아는 것이다.(有不爲知所擇也)

하지 않는 게 있기 때문에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하려고 대드는 사람은 결코 훌륭한 일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 가운데 “인생은 B로 시작해서 D로 끝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삶이 아주 복잡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해서 B로 시작해 D로 끝나는데, 이 B와 D 사이에 C가 껴있다는 겁니다.

B는 ‘탄생’을 뜻하는 Birth의 첫 글자이고, D는 ‘죽음’을 뜻하는 Death의 첫 글자이며, B와 D 사이에 껴있는 C는 ‘선택’을 가리키는 Choice의 첫 글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삶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겁니다.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하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매순간 우리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합니다. 친구를 선택하고 취미활동을 선택하는 일, 학교를 선택하고 회사를 선택하는 일에서 심지어는 죽고 사는 것을 선택하는 일까지, 우리 삶은 온통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집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고뇌는 바로 우리 자신의 고뇌인지도 모릅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선택은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우선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고, 일단 무엇인가 선택하면 그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가능하면 선택하지 않는 삶을 살려고 노력합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 1980)이 말했던 것처럼, 책임을 져야 하는 ‘자유에서 벗어나자(escape from freedom)’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 삶은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 삶이 정말 소중한 이유는 하지 않는 게 있어야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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