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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마음 편한 것만큼 좋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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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마음 편한 것만큼 좋은 건 없다
  • 전민일보
  • 승인 2015.04.03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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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덕 원광대학교 강사

 
心安茅屋穩性定菜羹香

“마음이 편하면 띠로 엮은 집도 편하고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로 끓인 국도 향기롭다”

경허(鏡虛, 1849~1912)와 만공(滿空, 1871~1946)이라는 스님이 계셨습니다. 경허는 한말에 선종을 중흥시킨 대선사이고, 만공은 경허의 제자로 일제강점기에 우리 불교계를 지킨 선사입니다.

경허가 충청남도 서산에 있는 천장사(天藏寺)에 있을 때입니다. 하루는 어린 만공을 데리고 탁발 나섰다가 돌아오는데, 스승 뒤를 따르던 어린 만공이 투덜대는 겁니다.

“바랑이 너무 무거워서 힘들어 죽겠어요, 스님.” “그러면 바랑을 버려라. 아니면 무겁다는 마음을 버리든지.” “스님, 애써 탁발한 것을 어떻게 버려요. 그리고 무거워 죽겠는데, 어떻게 무겁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어요?” “그래? 그러면 길은 하나뿐이로구나.”

그때 마침 두 사람이 마을 우물가를 지나는데, 앞엔 곱상한 여인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가는 겁니다. 경허가 “이보시오, 처자!”하고 부르자, 여인이 뒤를 돌아봅니다. 그러자 경허가 여인에게 다가가 입을 쭉 맞추어립니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입술을 빼앗긴 여인은 너무나 놀라 비명을 질렀고, 물동이는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여인의 비명소리를 들은 마을사람들이 성을 내며 낫과 괭이를 들고 달려왔고, 경허와 만공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칩니다. 잡히기만 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사람이 죽어라 하고 달려 10여리나 도망쳤을까요.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이 쫓아오지 않자, 두사람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가쁜 숨을 내쉽니다. 한참을 그렇게 숨을 돌리던 경허가 슬그머니 만공에게 물었습니다.

“아직도 바랑이 무거우냐?” 느닷없는 질문에 만공이 어이없다는 듯 대답합니다. “잡히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뭐가 무겁습니까.” “그렇지, 하나도 무겁지 않지? 무겁다는 생각이 없는데, 무엇이 너를 무겁게 하겠느냐. 이제 됐느냐?” “네에?”

걸을 때는 무겁다고 툴툴대던 짐이 죽어라 뛸 때는 하나도 무겁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무겁다 가볍다 하는 분별 때문입니다. 모두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지 물건 그 자체는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다는 겁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지요.

마음이 편하면 띠로 엮은 집도 편안하고,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로 끓인 국도 향기롭다.(心安茅屋穩性定菜羹香)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몸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입니다. 마음이 몸을 지배하는 주인인 까닭입니다. 마음이 보려고 하지 않으면 눈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마음이 들으려 하지 않으면 귀가 들어도 들리지 않습니다.

마음이 편해야 몸도 편합니다. 몸은 아파도 마음은 편할 수 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은데 몸이 편한 경우는 없습니다. 마음 편한 것만큼 좋은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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