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6 21:28 (금)
[온고지신] 말한 것을 실천하기가 어려우니
상태바
[온고지신] 말한 것을 실천하기가 어려우니
  • 전민일보
  • 승인 2015.03.20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 감독

 
爲之難 言之得無訒乎

“말한 것을 실천하기가 어려우니 말하는 것을 어찌 머뭇거리지 않을 수 있겠느냐”

공자(孔子)의 제자 가운데 사마우(司馬牛)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춘추시대 송(宋)나라 사람으로 성(姓)은 사마(司馬)이고, 이름은 경(耕)이며, 자는 자우(子牛)입니다. 공자가 천하를 떠돌아다니다가 송나라에 머물때, 나무를 뽑아 공자를 죽이려고 했던 사마환퇴의 동생인데, 환퇴가 송나라 사마(司馬)에 임명되자 성(姓)을 사마로 삼은 것입니다. 사마천(司馬遷)이 사마(司馬)라는 벼슬을 했던 집안의 아들이었던 것처럼, 옛날에는 자기가 맡았던 벼슬이름을 성(姓)으로 삼는 일이 흔했습니다.

그런 사마우가 하루는 스승에게 도대체 인(仁)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스승이 내세우는 핵심사상에 대해 묻는 것인데, 이에 공자가 “인한 사람은 자신이 하는 말을 머뭇거린다.”고 대답합니다.

인(仁)이란 별게 아니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조심하는 게 인(仁)이라는 겁니다. 사마천이 지은 「사기」중니제자열전에 따르면, 사마우는 말이 많고 조급했기(牛多言而躁) 때문에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가르친 것입니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입 좀 다물라!”고 혼내는 겁니다.

제자 개개인의 개성과 습관에 따라 잘못된 점을 짚어서 바로 잡아주는 공자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그런데도 사마우는 스승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되묻습니다. “말을 머뭇거리기만 하면 인(仁)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럼 간단하네요, 아주 쉬운일이네요, 말만 함부로 하지 않으면 인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겠네요, 마치 이렇게 묻는 것 같습니다. 말 많은 사람들이 자주 그러듯이 말입니다. 아마도 사마우는 인(仁)을 실천을 통해 이루는 게 아니라, 지식의 대상으로만 여겼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스승이 한 말의 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겁니다. 스승이 가르치려는 뜻보다는 스승이 하신 말씀을 글자 그대로 풀이한 것입니다. 그래서 말꼬리 잡기처럼 되물은 것인데, 그런 제자에게 공자는 핀잔 하듯이 대답합니다. 말한 것을 실천하기가 어려우니, 말하는 것을 어찌 머뭇거리지 않을 수 있겠느냐?

爲之難 言之得無訒乎 「논어」 안연 편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사실 말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말을 아무리 많이 해도 할 말을 하고, 자기가 말한 것을 제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 사람이라면 말을 할 때는 해야 합니다. 말을 해야 할 때 “침묵은 금이다.”라면서 말하지 않는 것도 죄가 될 수 있습니다. 말을 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말만 해놓고 나서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 정치인이 그러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을 많이 해도, 책임지지 못하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그런 까닭에 인한 사람은 말을 머뭇거리는 겁니다. 말을 함부로 많이 하다보면 실천하기가 어려운 법이니, 조심조심 신중하게 말하는 겁니다. 사마우가 물은 것처럼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인(仁)이 아닙니다. 한 마디를 해도, 자기가 한 말대로 약속을 지키는 게 인(仁)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맥주집창업 프랜차이즈 '치마이생', 체인점 창업비용 지원 프로모션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