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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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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 전민일보
  • 승인 2015.03.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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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영 전주교대 평생교육원 교수

 
勿以善小而不爲勿以惡小而爲之

“선한 일이 작다고 해서 하지 않아서는 안 되고 악이 작다고 해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중국 원(元) 말 명(明) 초의 소설가인 나관중(羅貫中)이 지은 「삼국지」를 보면, 유비(劉備)가 나옵니다. 후한(後漢) 말 한나라를 부흥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거병하여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았던 인물입니다. 관우와 장비, 조자룡과 제갈공명 같은 뛰어난 참모를 두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마는데, 그가 죽기 전에 제갈공명에게 “새는 죽을 때 소리가 슬프고, 사람은 죽을 때 말이 진실하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일단 내 아들 유선(劉禪)을 임금 자리에 올리시오. 그래서 섬겨보다 도저히 안 되겠거든 폐위시키고 그대가 그 자리를 이으시오.”

폐위시키라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자기 아들을 죽여도 좋다는 말 아닙니까? 유언치고는 참으로 끔찍한 말이지요. 유비는 왜 제갈공명에게 이렇게 무시무시한 당부를 했을까요? 그의 아들 유선(劉禪)은 임금 자리에 오르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선은 중국역사에서도 유명한 바보였는데, 문제는 그가 그렇게 된 데에 아버지인 유비의 잘못도 컸다는 겁니다. 유선이 어렸을 때 적에게 사로잡힌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조자룡이 용감하게 적진으로 뛰어 들어가 유선을 무사히 구해옵니다. 그런데 유비는 기뻐하기는 커녕 못난 자식 때문에 훌륭한 장수를 잃을 뻔했다면서 어린 아들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는데, 그만 돌부리에 머리를 맞아버린 겁니다. 유비의 행동에 조자룡은 감동했지만, 유선은 머리를 다쳐 아둔한 사람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유선의 아명이 아두(阿頭)인데, 지금도 중국어로 ‘아두’는 바보란 뜻입니다.

그런 자식을 두고 세상을 뜨려는 유비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아마 천 근 만큼이나 무거웠을 겁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바보가 된 자식이 이제 험난한 세상을 홀로 살아가야 하니, 가슴이 얼마나 무거웠겠습니까?

그래서 유비는 제갈공명에게 애절한 목소리로 자신의 아들을 부탁하는 겁니다. 말이 부탁이지, 제갈공명과 아들의 목숨을 걸고 담판을 짓는 것이지요. 그런 유비에게 제갈공명은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폐하의 말씀대로 따르겠다고 했을까요?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는 죽을 때까지 아드님에게 충성을 다할 겁니다.” 제갈공명은 실제로 부족하기 짝이 없는 유선(劉禪)에게 충성을 다하다가 과로사로 죽습니다. 그런 제갈공명과 이야기를 마친 유비는 편안한 마음으로 아들 유선(劉禪)에게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깁니다.

선한 일이 작다고 해서 하지 않아서는 안 되고, 악이 작다고 해도 저질러서는 안 된다.(勿以善小而不爲勿以惡小而爲之)

아무리 작은 선(善)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아무리 작은 악(惡)이라도 저지르지 말라는 겁니다. 임금이 왕위를 물려주는 자식에게 남기는 말치고는 너무 평범합니다. 시시할 정도로 말입니다. 하지만 진리는 평범한 가운데 있는 법, 작은 선행이라도 부지런히 실천하고, 작은 악행이라도 저지르지 않는 게 아주 쉬운 일 같지만 사실 무엇보다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정말 훌륭한 사람이고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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