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6 21:28 (금)
[여명] 정치적 상상력
상태바
[여명] 정치적 상상력
  • 전민일보
  • 승인 2015.02.10 1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길섶 문화비평가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상상력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떠드는 것은 물론이고 합리적으로 비판하거나 공론화하는 것조차도 자칫 ‘종북’으로 내몰린다.

최근 일어난 일들, 예컨대 통일콘서트를 열며 북한 사람들이야기를 했다고 출국당한 재미교포, 결국 대법원은 내란음모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지만 그 전에 헌법재판소로부터 속전속결로 해산당한 통합진보당, 적대감을 고취하지 않으면서 북한을 거론하면 종북으로 내몰리는 꼴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도 않다. 어느 지자체 시장의 경우 자신에 대한 권력의 탄압을 ‘종북놀이’로 규정한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상상력은 어디까지 가능하고 어디까지 불가능할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대로 인간은 정치적 동물임에도 정치적 상상력이 크게 제약된다.

엊그제 새누리당 대표는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고 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거물 정치인의 정치적 상상력의 나태가 그대로 엿보여진다.

그렇다고 언론이 정치적 상상력을 위해 시대정신의 책무를 다하는 것도 아니다. 책무만 안해도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혹은 다수언론은 그 족쇄를 혹독하게 옥죄는 갑질 카르텔의 동맹자이다.

요즘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이 문제다. 한 언론사가 녹취록을 폭로했다.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임마, 빨리 시간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내가 보니까 빼고 이러더라고’”했다는 것이다.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상 자체부터가 부패한 것이지만 그 지시를 받아 실행하는 언론사 간부 역시 부패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적 상상력의 족쇄들이다.

왜 정치적 상상력을 이야기하는가. 사상의 자유라는, 물론 필요한 것이지만,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늘 우리는 정치를 피해갈 수는 없다. 정치는 우리 삶의 그물망이다. 현실정치가 부패하고 희망을 이야기해줄 수 없다면, 당연히 사회구성원들은 다르게 살아갈 수 있음을 상상하고 욕망할 자유와 권리가 본래적으로 있다.

그리고 그 실현은 공론화와 구성원들의 정치적 선택에 의해 가능해질 수도 있다. 공감이 된다면. 그러나 반감이 된다면 자연사될 것이고. 구성원들 에의해 선택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발상한 자는 자신의 영원한 유토피아로 상상할 수 있는 즐거움이 만끽할테고. 이게 정치적 상상력이 아닐까.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상상력을 방해하는 정치경제학 기조는 신자유주의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끊임없이 새누리 2중대라고 비아냥을 듣는 까닭도 근본적으로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진보 진영 재편 논의와 관련하여 새롭게 부상되고 있는 ‘국민모임’은 정의당이나 노동당과는 함께 해도 통합진보당쪽과 거리를 두려는 형국이며 새정치민주연합과도 다른 정치를 하려는 모양인데, 우선적으로 신자유주의 질서에 반대한다는 입장에 그 차별성이 드러나는 듯 하다.

노동자나 평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철도나 의료 등의 민영화나 복지 축소, 구조조정, 경제민주화 회피, 부익부빈익빈 양극화 심화 따위들이 모두 신자유주의 정책노선의 일환이다.

우리나라 언론이 엉뚱하게 복지병으로 망한 나라라고 내몬 그리스가 최근 총선에서 창당 10년에 불과한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정권을 잡았다. 기존의 집권 신민당은 시리자가 집권하면 경제가 악화되어 그리스를 재앙으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치솟는 실업률과 빈곤에 지친 유권자들은 시리자를 선택했다.

소위 복지병으로 나태해진 사람들의 막장선택일까. 보도된 바로는, 가문의 부와 권력을 물려받은 세습정치인이 많은 그리스의 기득권 정치와 맞선 만 40세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 그는 고교시절부터 좌파운동에 눈을 떴고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그리스의 역사적인 변화, 이는 바로 기존질서에 저항하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상상력이 공감되고 선택한 결과가 아닐까.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상상력이 혹독한 까닭이 여기에 있나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맥주집창업 프랜차이즈 '치마이생', 체인점 창업비용 지원 프로모션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