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회고록을 내 세간에 논란이 되고 있다.
새정치국민연합 문재인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경기도당 후보 합동간담회에 앞선 출입기자단 오찬 자리에서 “‘노무현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이면 합의하고, 그것을 이명박 정부에 떠넘겼다’는 취지로 한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쓴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반대한 이유를 “정운찬 국무총리가 대선후보가 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였다”고 밝힌 데 대해 청와대가 유감을 표시하였다. 특히 4대강 사업으로 금융위기를 극복했다는 자화자찬식 주장에 대해 대다수 국민은 납득하지 않는 분위기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삶을 책으로 쓰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어떤 회고록은 후대에 물려 줄만큼 역사적인 가치를 지녀 값어치가 있지만 대부분 회고록은 그렇지 않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회고록을 발간하는 사람이 급증한다.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출간한 자기 과시용이거나 홍보용이 대다수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쓴 것이라기보다 전문 업체에 의뢰해 급조한 것이 다수이다.
우리사회가 고령화시대로 진입하면서 앞으로 회고록을 발간하려는 사람이 더 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고록 발간에 대한 일정한 출판윤리가 있어야 한다.
지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때 모정치인한테 초대장을 받았다. 주말 오후 모처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는 것이었다. 한 번도 그런 모임에 참석한 경험이 없어 함께 초대를 받은 지인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책은 비매품이지만 말이 비매품이지 몇 만원에서 몇 십만 원까지 내는 것이 관례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세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회고록을 쓰고 출판기념회를 열어 정치자금을 끌어 모으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회고록이 지닌 의미를 변질시킨 행위다.
회고록을 쓴 기본 취지는 자신이 잘한 행동에 대해서는 후대가 본받게 하고 자신이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이다. 회고록을 내더라도 판매용으로 내기보다 기록용으로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고록을 내는 시점도 인생을 회고할 수 있는 시기인 노년기가 적절하다.
얼마 전 의미 있는 회고록을 한 권 선물 받았다.
우리 집 뒤에 사시는 서석구 신부님(전주교구 원로사제)께서 자신이 살아온 삶을 정리한 <축복이었습니다>라는 자서전이다. 유년시절부터 신학생, 사제로서 삶과 은퇴 이후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살아오신 삶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지금은 홀랑 벗어도 괜찮아요. 오히려 독자는 그걸 더 좋아해요. (중략) 글을 아름답게 쓰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나도 이런 약점이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거든요.”라는 고백이 책을 다 읽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신부님이 쓰신 자서전을 다읽고 나서 오히려 신부님에 대한 존경심이 더 우러러 났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약점이나 잘못을 담백하게 나타냄으로써 겸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셨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그냥 나눠 드려 많은 사람이 신부님 삶에 대해 공감하였다. 자기과시나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출간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는 시대이다. 이 때 서 신부님이 쓰신 <축복이었습니다>는 자서전은 제목 못지않게 내 삶에 축복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