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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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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때
  • 전민일보
  • 승인 2015.01.13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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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수필가, 전북학생교육원장

 
선생님의 딱총소리에 스타트라인을 힘껏 뛰쳐나가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번번이 이 타임을 놓치고 한 발 늦게 출발하였다. 생각은 앞서지만 종아리에 힘이 빠져 선두와의 차이는 차츰 벌어지고 말았다. 대여섯 명 중에 3등을 차지할 때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의 100m 달리기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이다.

군대에서도 ‘선착순’은 내게 고통의 대명사였다. 운동 신경이 둔하고 순발력이 떨어져서 그러는 것 같다. 그랬다. 나는 시작이 서투르고 늦었다. 곧바로 선두 그룹에 진입하지 못하고 오래 몸살을 앓았으며, 멈칫멈칫하며 골든타임을 놓칠 때가 많았다.

시작이 늦으므로 남들을 따라잡으려면 한동안 애를 써야 한다. 조금만 방심을 하면 또다시 뒤로 밀려날 판이다.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재빠르게 시작하려 한다. 남들보다 먼저 서둘러야 그들과 같이 달릴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뜸을 들이지 말고 곧바로 착수해야 한다. ‘4분 이내에 할 수 있는 일은 즉시 처리하라.’는 어느 교수의 충고를 실천해야겠다.

새해를 맞아 무엇을 새로 시작할까? 몇 년 동안 마음속에 간직한 붓글씨 쓰기에 도전하려 한다. 잘 쓰는 것보다 묵향을 맡으며 정신을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전화는 주로 받는 편이었는데 내가 먼저 걸도록 하며, 손주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베풀어야겠다. 선물과 용돈을 챙겨주고 누구보다 먼저 그 아이들을 생각하려 한다.

그밖에 아주 시시한 일도 하려고 한다. 항상 볼펜을 두 개 이상 가지고 다니면서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다.

서경書經에 나오는‘일신일신 日新日新 우일신又日新’의 교훈을 다시 새겨본다. 날마다 새롭게 가다듬자. 이 나이에 얼마나 새로워질지 자신할 수 없지만, 마음을 가다듬는 것만이라도 다행이지 않을까?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번 재보고 결정해야 한다. 2년 전 노인복지관에서 영어와 중국어를 배우다 중도에서 그만둔 게 아쉽다. 내겐 과욕이었다. 하다 그만 둘 것이라면 시작하지 않음만 못하지 않은가.

이제 새롭게 시작할 아침이 밝았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나는 끊임없이 일을 만든다. 그렇다고 거창한 것을 꾸미지 않으며,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잠시 쉬었던 일을 다시 하기도 하고 평소 생각한 바를 시도하며, 미루었던 계획을 실천할 뿐이다.

시간에 쫓겨서는 안 된다. 시간을 길게 써보자, 남은 세월을 선물이라 여기고 뇌에서 도파민이 샘솟도록 살고 싶다. 도파민이 많아지면 세상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정채봉의 시 ‘첫 마음’을 읽으며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는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 1년을 산다면 (중략)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아침 일찍 집 근처의 황방산에 올라 새해의 소망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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