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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으로 소통하는 삶이 흘러 흘러, 쉼을 잊다”<길위에서 만난 사람들>-한옥마을아트홀 대표 김영오씨
서복원 기자  |  gaza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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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22  18: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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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오 대표

‘연극은 순수예술, 배우는 가난한 예술가’라는 연극에 대한 판에 박힌 생각을 깨트리는 연극인이 있다. 주인공은 전주 동문 사거리 한옥마을아트홀 김영오 대표(50세·여).

24세였던 1988년부터 26년간 배우로 극작가로 연출로 무대 위 삶을 살아온 김씨를 20일 만나 연극과 삶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뜨거운 열정과 깊은 순수로 가시밭길을 헤쳐와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는 그녀의 극적인 삶이 공유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지루함, 엄마 두 손 들게한 ‘책벌레’

메아리 없는 지루한 세계.

|김영오 씨가 어릴 때부터 부딪혀온 세상의 벽이다. 정읍에서 보낸 유년시절 글 읽기를 좋아하던 그녀에게 책만이 온 세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책에 걸신이 들렸었죠”

어릴 때부터 삼국지나 수호지와 같은 중국 고전소설과 함께 소년동아, 소년조선 등 아동잡지를 열심히 독파하면서 신문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또 연지동 일대 만화가게는 신나는 놀이터였다.

“채소장사 하던 엄마 돈을 훔쳐 만화가게를 갔다가 들킨 적이 있었어요. 엄마가 ‘다신 안하겠다고 해!’라며 다그쳤지만 그 소리를 못하겠더라고요”

결국 엄마는 때리다 지쳐버렸다.

그녀는 왜?

집안과 고향의 답답한 공기는 재미도, 메아리도 없는 세계였다. 반발감 속 고독은 마음 속 ‘별세계’에 대한 동경심으로 고이고이 모아졌다.

그러다 인생 전기가 될만한 ‘사건’이 하나 터졌다.

엄마 손 잡고 정읍시내 한 극장에 간 다섯 살 꼬마 여자아이는 흑백영화 ‘노틀담의 꼽추’를 보며 눈동자에 빛이 나며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안소니 퀸이 총탑열에 앉아 있던 모습은 잊을 수가 없어요. 그게 나한텐 별세계였죠.”

그때부터 보는 영화마다 배우이름을 족족 줄줄 외우고 다닐정도였다. 시골 삶에 지루해하며 엄마 말에 어긋나기만 하던 책벌레 ‘불량소녀’가 영화감독의 꿈을 품으며 극(drama)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갔다.
 

작품, 흘러가는 데로 느끼는 데로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연출을 전공하려던 김씨의 바람은 가족사정 등 몇몇 여건에 좌절됐고 움츠러든채 고통에 시달렸다. 광장공포증과 우울증에 영혼이 갉혀가던 그녀는 드디어 연극에서 ‘무언가’를 보게 된다.

“무대 위에서 바라본 객석이 너무 멋있었어요. 나를 미치게 만들더라구요.”
 

   
 


한 극단의 연극워크숍때 마주하게 된 객석에 매료됐다 그리고 연극배우가 되고자 지역극단 ‘두팔’을 거쳐 ‘황토’에 입단했다. 그때가 1988년 말.

결국 연극이 구세주였다.

“불꽃으로 타오르고 싶은데 땔감이 없었던 거예요. 연극을 더 늦게 만났다면 죽었을지도 모르죠.”

배우로 활동하던 그녀는 연극계의 고질적인 부조리에 대한 염증과 지칠줄 모르는 창작열로 온전한 자기세계를 꿈꾸었고 마침내 2002년 극단 ‘재인촌 우듬지’ 창단으로 작품세계의 디딤돌을 마련한다.

그녀의 불꽃은 연극작품으로 거침없이 타오르고 있다. 2006년 ‘해독’, 2007년 ‘더 캣’, ‘사랑의 향기’, ‘화, 그것은 火 또는 花 ’, 2010년 ‘아주 치명적인 두 여자’, 2013년 ‘내 눈에 콩깍지’ 등 작품테마는 인간탐구다. 연출과 극본 모두 그녀가 맡는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창작열의 땔감이기도 하고 이중성과 양면성 권력과 사랑 등이 그녀 작품의 굵직한 줄기를 이루고 있다.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스릴러와 사랑을 다룬 작품들이 어떻게 공존하나요?” 

왜, 소위 ‘전문적’인 작품의 경계가 없느냐는 질문과 일맥상통한다. 그녀는 태생적으로 경계짓기를 거부한다.

"흘러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놓아둔다’, ‘사람을 부대끼게 하는 것’. 이게 내 작품의 특징이예요”

그러다보니 ‘미친 짓’도 벌여놨다. 3년간 30개 작품 공연을 목표로 하는 ‘Play 30 Project’가 한창이며 연중휴무는 없다. 정말 지독스러울 정도다. 재정과 체력, 공연환경 등의 힘겨운 한계를 이겨내며 현재 동화같은 러브스토리 창작극 ‘꽃닙비’를 상연하고 있다.
 


시선, 일보만감(一步萬感) 품고 런던무대를 바라본다

극단 운영 역시 새롭다.

자급자족이 원칙이다. 여러 이유로 지역 연극계에서 포기한 ‘전속단원제’를 도입해 ‘배우 돌려쓰기’로 극의 질을 떨어트리는 ‘업계관행’에 숨통을 틔우고 있다.

최근 부자간의 천륜에 반하는 권력을 둘러싼 갈등을 다룬 ‘지독한’ 연극 ‘화’에서 동화시대극 ‘꽃닙비’와 같은 ‘착한’ 연극으로 흘러온 김씨의 미래 구상은 뭘까.

   
▲ 공연 연습


“어느 날 재밌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뭐고 이 세상은 또 무엇이며 우주 속 난 또 뭘까 하는 생각요. 그래서 당장은 이 주제로 무얼 하기는 힘들 것 같고 10년 뒤 환갑맞이 공연을 목표로 지금부터 준비를 하려해요. ‘일보에 만감이 일다’ 정도로 가제를 잡고 있어요”

남들에게는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구상이 그녀에겐 현재이며 가까운 미래다. 요즘 그녀는 작품 ‘화’를 토대로 영어연극을 제작할 계획에 들떠있다.

“셜록홈즈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소현세자역으로 남편 정찬호씨를 인조역에 캐스팅해 영어대사로 내 작품을 런던 연극무대에 올릴 겁니다”

그녀에게 ‘스케일은 곧 상상력’인 것 같다. 그렇게 걸어오며 자기만의 길을 닦아왔기 때문이다.

어둠 속 웅크려 있던 여리지만 강한 소녀가 연극을 통해 벽으로 둘러싸인 경계를 허물며 한 걸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서복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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