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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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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
  • 전민일보
  • 승인 2010.07.06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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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BS1-TV에서는 ‘바람 불어 좋은 날’이라는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바람난 가족’이라는 영화가 상영되었고, 만화를 드라마로 재구성한 ‘바람의 나라’도 방송됐었다. 모두가 ‘바람’이라는 말이 들어있지만 뜻은 다르다. 공기의 흐름을 말하는 바람이 있고,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의 바람도 있다. 바람난 가족에서처럼 남녀가 눈이 맞아 불륜을 저지르는 바람도 있고, 어떤 경향이나 흐름, 추세(Trend)를 말하는 바람도 있다. 나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사람을 ‘바람 같은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요즘 같은 때에는 뭐니 뭐니 해도 기압에 따라 움직이는 바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바람을 맞으려 산으로 가고 바다로 가고, 밤에는 강가나 냇가로 나간다. 아예 피서를 떠나려고 휴가계획을 세운 사람도 있다. 바람의 종류도 참 많다. 봄 아가씨의 웃음 같은 미풍이 있는가 하면 천둥번개에 개 뛰듯이 부는 돌풍도 있다. 그런가하면 세끼 굶은 시어머니의 얼굴 같은 회오리바람도 있고, 폭풍의 신이라고 일컫는 허리케인에 자동차까지 날려 보내는 토네이도도 있다. 하지만 한여름 더위를 식히는 데는 역시 시원한 바람이 최고다. 그래서 어른들은 부채를 들고 모정으로 모이고, 실내에서는 에어컨과 선풍기가 바쁘게 돌아간다. 자고로 바람 없이는 견디기 힘든 바람의 계절이 왔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삼면이 바다라 바람이 많아서 좋다.  

 바람은 산이나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월드컵 기간에 우리는 새로운 바람을 보았다. 선거 때 보았던 황색바람이나 녹색바람이 아니라 불화산처럼 용솟음치는  뜨겁고 강한 바람, 온 국민을 붉은 악마로 만든 적색바람이다. 비가 내리던 날에도 온 밤을 꼬박 지새우면서 월드컵 전사들을 응원하던 국민들, 그들을 한곳으로 모이게 한 에너지는 어디서 온 것일까. 전국에서 100만 인파가 거리로 나와 응원했다고 한다. 16강이 있던 날도 경기 내내 장맛비가 내렸지만 거리로 몰려나온 국민들은 옷이 젖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승리의 염원을 담은 구호와 응원가를 남아공 태극전사들에게 날려 보냈다. 멀리 마라도 마을회관에서도, 종합병원에서도, 국토를 지키는 바다와 최전방 막사에서도 응원의 소리는 들려왔다. 세계가 놀라고 우리 자신도 놀란 바람, 월드컵 내내 신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바람, 2002년에 시작한 적색바람은 어김없이 올해도 불었다. 우리 국민만이 할 수 있었던 역동적인 응원, 그 바람은 폭풍보다 더 강한 허리케인이었다. 그것은 분명 국운의 상승이었고, 흥을 알고 신명을 아는 백성만이 일으킬 수 있는 바람이었다. 2010년 6월에 분 적색바람은 1997년 IMF 때 겪었던 금모으기에 버금가는 바람이었다.
 
 아쉽게도 우리는 16강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서 축구의 강국이라는 어떤 나라도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누구와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또한 우리 팀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 신예(新銳)들이 많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들이 돌아오던 날, 인천공항과 서울광장은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그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그들에게 힘찬 함성과 박수를 보낸 것은 분명 또 다른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망한다. 분명히 다음 월드컵 때는 더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는 바람과 믿음을 갖는다.
 당신들은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바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아들이기에 그 꿈을 꼭 이룰 수 있다는 바람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부는 시원한 바람, 통쾌한 바람, 더위에 시달리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는 바람, 그리고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바람, 그런 바람이 사회 각 분야에도 물밀듯이 넘쳐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드라마처럼 ‘바람 불어 좋은 날’ ‘바람의 나라’가 계속되기를 고대하고 기원한다.

백봉기 / 전북예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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