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의 숭고한 사랑이 올해도 이어져 주위를 감동시키고 있다.
28일 오전 11시 55분께 전주시 노송동사무소에 40대로 짐작되는 남자에게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이 남자는 “동사무소 인근 세탁소 옆의 공터에 박스를 놓아뒀으니 가보세요”라는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직원들은 곧바로 남자가 말한 장소에 달려갔고, 공터에 놓여 있는 A4 용지 박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상자에는 현금 뭉치와 돼지저금통, 그리고 쪽지가 들어 있었다.
이날 ‘얼굴 없는 천사’가 전한 한 장의 쪽지에는 “대한민국 모든 어머님이 그러셨듯이 저희 어머님께서도 안 쓰시고 아끼시며 모으신 돈이랍니다.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였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또 “하늘에 계신 어머님께 사랑하며 존경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라는 문구는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이와 함께 상자에는 5만원권 100장 10묶음과 1만원짜리 100장 30묶음, 돼지저금통의 동전까지 무려 8026만 59210원이라는 큰 금액이 들어있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금액은 지금까지 그가 전달했던 성금 가운데 가장 큰 액수.
특히 액수보다 성탄절을 전후로 해마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성금을 보내온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10년간 이어지게 됐다는 점이 시민들에게 안도감과 함께 감동을 선물했다.
반면 이번에도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않아 ‘얼굴 없는 천사’의 신원은 여전히 안개 속에 남아 있게 됐다.
동사무소 측은 성금을 전달한 시점과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고려할 때 지난 9년간 찾아왔던 그 얼굴 없는 천사로 확신하고 있으며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이 같은 선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일수 노송동장은 “올해에도 천사의 선행이 이어질 것으로 굳게 믿었다”며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정과 희망을 안겨준 ‘얼굴 없는 천사’에게 시민을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이 같은 선행을 기리고자 지난 22일 노송동사무소 일대 도로 이름을 얼굴 없는 천사의 도로로 정한 데 이어 그가 성금을 주로 놓았던 동사무소 옆 화단에 기념 표지석을 설치하기로 했다.
한편 2000년부터 시작돼 10번째를 맞는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액은 총 1억 6136만3120원으로 늘어났다.
임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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