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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의 고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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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의 고택을 찾아서
  • 전민일보
  • 승인 2017.11.2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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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여 아이들이 태어나 자라면서 언젠가 한 번 쯤은 남편과 우리 아이들의 뿌리의 근원지인 하동정씨 대종가를 찾아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하동정씨 대종가는 경남 함양에 있다. 익산에서 자동차로 두어 시간 남짓 걸리니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그 곳에 갈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했다. 얼마 전 갑자기 예기치 않은 휴가를 갖게 되어 만사를 제쳐두고 그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아이들은 하동정씨 문헌공파의 후손이다.

문헌공 정여창은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로 명성이 높지만 특히 그 지식을 실생활에서 실천한 실천유학자로 알려져 있다. 당대의 대표적인 철학자로, 도덕적 실천을 중요시했다. 이시애의 난을 진압하던 부친이 전사하자, 전쟁터까지 쫓아가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해오고, 주변의 만류에도 전염병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했다. ‘전염병도 효자는 해치지 않는다.’는 말이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실천 유학자의 모습에 왕까지 감동하여 벼슬을 내렸지만, 당연한 일의 대가로 벼슬받는 일은 옳지 않다고 거절했다. 그는 거듭해서 내리는 벼슬을 마다하고 마흔이 넘어서야 과거를 통해 벼슬길에 나섰다.

1495년 안음현감에 임명되어 백성들의 질고(疾痼)가 부렴(賦斂)에 있음을 알고 편의수십조(便宜數十條)를 지어 시행한 지 1년 만에 정치가 맑아지고 백성들로부터 칭송을 들었다. 해결하기 어려운 옥사가 있으면 그를 만나서 물어본 뒤에 시행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판결에 의문 나는 것이 있으면 원근에서 그를 찾아와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생애를 돌아보면 한 시대의 고관대작으로서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간 생애가 아니었다. 무오사화가 일어나 유배되었고, 갑자사화가 일어나 부관참시의 참변을 겪었다.

“얘들아, 너희들의 선조이신 정여창 할아버지는 18살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아버지가 이시애의 난을 진압하다가 함경도에서 전사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경상도에서 함경도까지 달려가 두서너 달 동안 산야를 헤매며 아버지의 시신을 찾아 수습하여 장례를 치르셨대. 그리고 전염병에 걸린 어머니를 지극히 간병하여 회생시켰대. 전염병은 가까이 있으면 병이 옮아서 간병하는 사람도 죽게 될지 몰라서 주변에서 만류했는데도 말이야.”

“그 뒤 지리산에 들어가 5경과 성리학을 연구하는 학자의 길을 걸었는데, 그 공부는 세계관을 우주론적으로 해명하는 이기론(理氣論)이었고 더불어 개인의 도덕성을 확립시켜 주는 심성론(心性論)이라는 학문이었대. 그러한 그의 효행과 학식이 성종임금에게 천거되어 벼슬자리를 하사받게 되었대. 그런데 부모에 대한 효도는 당연한 일이며, 그 대가로 벼슬자리에 오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거절하고 더욱 학문에 매진하여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섰대. 고을의 현감에 임명되어 백성들의 어려움을 주로 해결해주는 정치를 해서 백성들로부터 신망이 높았는데, 무오사화가 일어나 귀양을 가게 되고 그 곳에서 돌아가셨대. 돌아가신 후에도 부관참시까지 겪는 일이 있으셨어. 갑자사화 때의 일이라 해. 연산군이 폐위되고, 중종 임금 대에 할아버지는 의정부 우의정에 추증되셨대. 추증이라는 말은 추은봉증(追恩封贈)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어떤 인물이 죽은 후에 생전의 공적이나 활동을 살펴 조정(朝廷)에서 그 관직을 올려주는 것을 의미하지.”

“할아버지는 우의정에 추증되신 후 100여년 후에 조선의 5현(五賢)으로 문묘에 배향되셨대. 할아버지 댁 홍살문의 정려패를 바라보며 '나는 그 분의 위대성이 그 분의 말씀, 그 분의 사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분의 행위, 그 분의 삶에 있다고 생각해.' 라는 헤르만 헷세의 소설 한 구절이 떠올랐단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국회의원선거가 내년에 실시되는데, 선심성 공약만을 외치지 말고, 실천하는 행동과 양심으로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나갈 후보가 당선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본단다. 그래서 사후에도 추존(推尊)될 그러한 선량(選良)을 기대한단다.”

소현숙 전북도여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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