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아이들만 없으면 행정업무 정말 열심히 잘 할 수 있는데...” 교사들끼리 자주 하는 농담중 하나다.
학교는 교육기관이면서 관료조직의 세포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자연스레 각종 통계자료를 포함한 상급기관과 의원들의 자료요구가 상당하다. 또한 각종 행사와 업무처리의 양 또한 만만치 않다. 그에 따라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투여해야하는 절대시간을 빼앗기게 되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요즘은 좀 나아졌지만 과거에는 수업을 잘하는 교사보다는 각종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교사가 인정받는 분위기도 있었다.
지난 4년 전 교육감선거에서도 모든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학교업무경감에 대한 공약을 쏟아냈었고, 김승환교육감이 당선된 후 2011년 전라북도 교육청은 ‘교원업무경감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교사가 온전히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전북공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었다.
또한 김승환교육감을 사용자로 하는 전교조,지방공무원노조,교총,비정규직노조 등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학교업무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폐지하고 합리적 업무조정을 이루기도 하였다.
이 모든 것은 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 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제 실천만이 남은 과제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라북도교육청은 매년 구체적 이행실태를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후속대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전라북도교육청의 조사결과 통계에 따르면 학교는 업무가 경감되고 있고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크게 피부로 와닿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에서 매년 교사 설문조사를 하면서 올해의 개혁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여전히 빠지지 않고 학교업무경감이 되어야 한다고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에 전교조전북지부는 한 항목도 빠짐없이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고 보고한 학교 중 5개 지역 177개 학교를 표본으로 학교에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자료를 받아 한 달간 분석하였고, 그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학교장의 결재를 거쳐 “모든 항목을 잘 이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던 학교 중 88%인 155개 학교에서 실제로는 지키고 있지 않으면서 잘 지키고 있는 것처럼 허위로 보고한 것이다. 그중 15%인 27개 학교는 조사항목중 상당수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사실이 이러하니 도교육청의 조사통계와 현장교사들의 체감정도가 괴리를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허위보고는 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며, 일반 공무원사회에서 처벌도 강력하게 되고 있는 추세이다.
기본 보고체계가 흔들리면 통계자료도 달라지고 각종 정책추진에서 혼선을 빚게 되며 이는 전북교육에 대한 신뢰자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전라북도교육청은 허위보고를 지시하거나 시행한 학교관리자들에게 엄정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전북의 주요 교육개혁과제이면서, 교사들이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기 위한 조건을 만들어달라는 염원중 하나인 학교업무정상화를 방해한 것과 다름없는 행위를 한 것을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사안의 경중을 가려서 엄중한 조치를 취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