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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勿忘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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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勿忘草)
  • 전민일보
  • 승인 2013.07.02 0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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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에서 포로가 되었다가 후일 석방된 한 미군은 이런 고백을 했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이 아니라 조국에 의해 잊혀지는 것이었다.”
 미군은 포로는 물론 전사자 유해 한구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포로와 전사자를  향해 이렇게 얘기한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미군(美軍)에게 굳건한 믿음이 되었다. 내가 비록 포로가 되거나 전사하더라도 조국은 나를 고향에 데려갈 것이라고.
 군인은 조국을 위해 생명을 담보한 사람이다. 그것을 바꿔 말하면 조국이 그들에게 진 빚을 설명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 결코 미군만의 전통이 아닌 국가의 오랜 의무다.

 기원전 216년 ‘칸나에 전투’에서 8만 7천명의 로마군은 한니발이 지휘한 5만 카르타고군에 의해 거의 궤멸한다. 이때 로마군 7만 이상이 전사하고 8천명이 포로가 된다. 이것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후대 로마인들은 우는 아이에게 ‘한니발이 온다’는 말로 울음을 그치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최후의 승리는 로마의 몫이었다. 기원전 202년 자마전투에서 로마군은 한니발의 군대를 패배시키고 지중해 전역의 패권을 확립하게 된다. 이때 로마군이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것이 한니발의 포로가 되어 노예로 팔려간 로마병사의 귀환문제였다. 하지만 이미 각지에 흩어진 포로들의 송환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못했다. 오랜 노력 끝에 기원전 197년 로마는 그리스반도의 테살리아 지방에서 마케도니아군과 일전을 벌인다.
 로마군 사령관 플라미니누스는 승전 후 강화를 맺고 그리스의 독립을 인정하면서 단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그것은 20년 전 칸나에 전투에서 포로가 되어 그리스 등지에 노예로 팔려 간 로마병사의 귀환이었다. 그리스 전역을 뒤져 8천명의 포로 중 생존해 있는 1천2백명을 찾아냈고 칸나에 전투 참가 노병들은 마침내 플라미니누스와 함께 귀국길에 올랐다.
 로마군이 때로는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패배를 당하면서도 어떻게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지금 우리에겐 로마군이나 미군이 진 것과 같은 빚이 없는가.

 현실은 우리에게도 갚아야 할 빚이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것도 더 늦기 전에.
여러 경로를 통해 생존이 확인되고 있는 국군포로문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빚을 지고서도 얼마나 무심했던가를 돌아보게 한다. 물론 문제는 쉽지 않다.
 전쟁 당사자인 북한은 국군포로문제는 휴전협정 당시 다 끝난 사안이라고 말한다. 또한 반공포로석방을 거론하며 남측이야말로 포로문제에 할 말이 없다고 얘기한다. 
 논리와 현실만을 핑계 삼아 미루기에는 빚을 갚아야할 시효가 너무 촉박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그들만이라도 조국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담보하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중국정부가 탈북국군포로와 그 가족에 대해서는 한국으로의 송환에 협력을 약속했다고 한다. 더불어 조국독립을 위해 산화한 선열과 그 후손들에 대한 우리의 의무도 마찬가지다. 국군포로나 독립투사 모두에게 국가가 한 약속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

 그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발행한 독립공채와 다를 바 없다. 해외에서 판매된 대부분의 독립공채는 동포들이 구입했다. 조국독립을 염원하며 공채를 구입했을 그 분들에게 재테크의 의미가 있었을까. 외국인을 상대로는 극히 예외적으로 성공한 지역이 있다. 바로 아일랜드다. 영국의 압제에 시달린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에서였을까. 그들도 기부하는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약속된 독립공채 원금과 이자를 잊지 않고 지불했다. 

 이제 순국선열과 국군포로에게 지불해야 할 빚을 갚아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하자.
“조국은 당신을 결코 잊지 않았다.”
   
전민일보 칼럼 기고문 예산군농업기술센터 장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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