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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비서실장, 민심 전달 제대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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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비서실장, 민심 전달 제대로 해야
  • 전민일보
  • 승인 2024.04.2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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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과 자주 독대하는 자리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최측근 참모라고 할 수 있다. 정권에 따라선 권력의 제2인자로, 또는 ‘소통령’으로까지 불린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야 함은 물론이며, 때로는 내각을 통제하며 국무총리나 여야 당대표와 교섭도 한다.

박근혜 정부 때 김기춘 실장은 ‘왕(王)실장’,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며 막강한 권세를 떨쳤다. 하지만 그는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만든 ‘블랙리스트’의 작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를 받고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는 정치 9단인 박지원 비서실장을 뒀다. 박 실장은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청와대 공보수석,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불법 대북송금을 한 혐의로 수감생활을 하는 등 부침도 겪었다.

모든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의 역할은 녹록하지 않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되어 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쏟아질 때, 대신 책임을 떠안게 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 비서실장에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을 임명했다. 정 실장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지역구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정 실장은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국회의원 5선에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당 비상대책위원장, 국회부의장 등을 지낸 중진이다.

대표적 ‘윤핵관’인 정 실장은 윤석열 정부 국정 실패에 책임이 작지 않고 야당 공격에 앞장서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엔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이 부부싸움에서 비롯됐다”는 사자명예훼손으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정 실장은 특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페이스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을 비판하며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글을 올려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민주당 등 야당에선 이런 이력을 들어 “불통의 국정을 전환하라는 국민 명령을 외면한 인사”, “민심을 거스른 인사”라며 일제히 부정적 반응을 내놨다. 일부에서는 정 실장 임명을 두고 야당이나 국민들을 향한 인사라기보다는 흔들리고 있는 ‘야당 장악용’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런 부정적 평가를 최소화하려면, 새롭게 요구되는 비서실장의 책무를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해야 하고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서 국정을 함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해줘야 한다.

4·10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는 23%로 급락했다. 192석의 범야권을 상대해야 하는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 동안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각종 특검법,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의대 정원 확대 등 산적한 쟁점 이슈가 한둘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야당과 협치하지 않고 소홀히 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심대한 타격을 입어 정권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총리인준, 예산안 처리, 각종 법안 통과 등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지 않고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입법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등과 합세해 윤 정부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국정 안정을 바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살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야 한다. 따라서 정진석 비서실장 역시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에 있다. 정 실장은 임명소감으로 “윤 대통령이 더 소통하고 통합의 정치를 이끌도록 보좌하겠다”,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객관적 관점으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 말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경제와 안보에 걸친 국내외 변화를 잘 살피면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해야 한다. 야당과 관계 개선에 힘을 쏟으며 용산-여의도 거리를 없애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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